국립국어원 신조어사전 실리자 “국가원수 모독” 항의
국립국어원이 신조어 ‘놈현스럽다’로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국립국어원은 8일 신조어 3500여 항목이 실린 단행본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태학사)를 보도자료와 함께 각 언론사에 보냈다. 보도자료 별첨자료인 붙임에 예시된 새말 가운데는 노무현 대통령을 빗댄 ‘놈현스럽다’(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가 포함됐다. 이 신조어 사전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주요 일간지나 방송 뉴스에 사용된 말 중에 새말을 모두 수록하는 것을 편찬 원칙으로 하고 있다. ‘놈현스럽다’는 2003년 4월6일 〈오마이뉴스〉 보도에서 처음 나타났다. 이 보도를 보면, ‘놈현스럽다’는 이라크전 파병에 실망한 노무현 반대파나 이탈파에서 생겨났다.
9일 일부 언론이 이 사실을 보도하자 청와대의 담당 행정관이 국립국어원에 “국가기관이 개인의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내용을 담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요지의 항의 전화를 한 것으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확인했다. 그는 “국가원수 모독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 예시하면서 보도자료를 뿌렸기 때문에 그것이 과연 적절했느냐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항의를 받고 국립국어원은 바로 책 회수 여부를 검토했으나, 국가원수라고 해서 편찬 원칙을 어길 수 없다는 중론에 따라 회수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태학사 쪽은 초판 1천부 가운데 300여부가 서점에 풀렸다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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