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철 중부대 교수(환경조경학과)
남북 정상회담 기념 식수 주관한 신병철 교수
“소나무는 생명력이 아주 강합니다. 잦은 외침에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꼿꼿하게 살아온 우리 민족을 닮았지요.”
‘2007 남북 정상회담’ 마지막날인 지난 4일, 평양 중앙식물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영남 북쪽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기념 식수를 실무적으로 준비·지휘했던 신병철(48·사진) 중부대 교수(환경조경학과)는 소나무를 기념 수종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 교수는 소나무가 우리의 삶과 뗄 수 없는 친근감을 가진 나무라며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잎을 매달고, 추석에는 송편을 해먹으며, 세상을 떠나면 소나무로 만든 칠성판에 마지막 몸을 맡긴다”고 설명했다. 그가 소나무를 가장 아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념식수로 선정한 소나무의 종류는, 접시를 엎어놓은 듯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반송’(盤松)이다. 우산을 펼쳐놓은 모습을 닮기도 했다. 조경용으로 상한가를 구가하고 있어, 때때로 ‘도둑 채취’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귀하신’ 몸이다. 기념 식수에 사용된 반송은 대전 산림청 식물원에서 키우던 높이 3., 너비 3., 굵기 30cm의 40년 된 소나무다. 동서남북으로 뻗은 가지의 배열이 가지런하고, ‘나무의 몸매’도 예뻐 골랐단다.
평양으로 소나무를 옮기는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지난달 28일 약재처리를 한 뒤, 30일 나무를 캐내, 정상회담 하루 전인 1일 18t짜리 카크레인에 싣고 파주로 이동했다.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합토하고 백록담과 천지의 물을 합수해 기념 식수를 마친 뒤, 신 교수는 평양 수목원 직원에게 약품과 관리 요령을 전달했다. 옮겨 심어진 나무의 적응이 끝날 때까지 살충제와 살균제를 제때 투입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북쪽의 평양 식물원장과 대화를 나눠보니 나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만 약품은 부족한 것 같더군요.”
그는 1990~98년 8년여 동안 조경 회사를 차려 운영하기도 했다. 그가 기념 식수 이벤트를 지휘하게 된 것도, 이론뿐 아니라 탄탄한 실무 경험을 갖췄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신 교수는 “북한의 산에 조림 사업을 많이 해 수해를 막고 경관을 아름답게 해주고 싶다”고 평양 방문 소감을 밝혔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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