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인 비자금 단서 포착…레미콘 회사등 3곳 압수수색
김석원(62) 전 쌍용그룹 회장 집에서 압수한 ‘괴자금’ 64억원의 출처를 캐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14일 자금 가운데 일부가 쌍용양회를 통해 조성된 김 전 회장의 비자금이라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사한 바로는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은 주로 쌍용양회와 관련돼 있는 것 같고, 집에서 발견된 64억원의 일부가 이 돈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쌍용양회와 ㈜쌍용 본사, 지방의 한 레미콘 회사 등 3곳을 압수수색하고, 홍사승(59) 쌍용양회 대표이사 사장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사장은 김 전 회장 밑에서 관리본부장(전무)과 자금·회계·자재부문 부사장 등을 지낸 ‘측근’ 출신으로, 지난해 2월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검찰은 특히 지방 레미콘 회사의 실제 주인이 김 전 회장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 회사가 쌍용양회와 특혜성 거래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이 김 전 회장에게 흘러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재벌들은 보통 해당 회사에서 직접 비자금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사주 소유의 위장 계열사와 일감 몰아주기 등 특혜성 거래를 해 사주에게 돈을 마련해 준다”고 말했다. 검찰은 레미콘 회사 이외에도 김 전 회장 소유의 또다른 회사가 없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쌍용그룹 모회사였던 쌍용양회는 그룹 해체 과정에서 채권단이 대주주가 됐으며, 2000년엔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지분 투자를 하며 김 전 회장 쪽과 공동 경영하다 2004년 초부터 경영을 전담해 왔다. 이 때문에 쌍용양회는 김 전 회장 집에서 64억원이 발견된 뒤 “김 전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2004년 이후로는 비자금 조성이 불가능하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일본인 경영진들이 왔다고는 하지만, 현 사장 등은 한때 김 전 회장의 측근들이었다”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김 전 회장과 관련된 일부 회사들과 특혜성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쌍용그룹 계열사로 있을 때 쌍용양회와 거래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쌍용을 압수수색했다. ㈜쌍용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온 것은 맞지만, 회계 장부나 컴퓨터 등을 압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순혁 이완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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