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코는 남자 어린이들을 성추행하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릴 때 자신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회오리치는 모양으로 변조(왼쪽)했으나 인터폴이 디지털기술로 가려진 얼굴을 복구(오른쪽)했다. 사진 인터폴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10살 안팎의 남자 어린이 여러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인터폴의 수사를 받아온 외국인이 최근까지 한국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병하 경찰청 외사수사과장은 16일 “최근 인터폴로부터 ‘비코’로 불리는 어린이 성추행범이 한국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는 통보를 받고 사실 확인에 나섰는데, 확인에 나선 당일인 지난 11일 그가 타이 방콕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비코’는 용의자가 범행을 저지른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조합한 말이다.
캐나다 국적 백인 크리스토퍼 폴 닐(32·오른쪽 사진)로 확인된 ‘비코’는 지난 2002~2004년 6살에서 10대 초반까지의 베트남·캄보디아 남자 어린이 12명을 성추행하는 사진 200여장을 인터넷에 올려, 인터폴의 추적을 받아왔다. ‘비코’는 당시 자신의 얼굴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변조한 사진(왼쪽)을 올렸지만, 인터폴은 3년 동안의 수사 끝에 ‘비코’의 얼굴 사진을 복구한 뒤 지난 8일 〈시엔엔〉 방송을 통해 공개 수배했다. 로널드 노블 인터폴 사무총장은 공개수사가 진행된 뒤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며 “세계적으로 350명 이상이 제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런 제보를 바탕으로 ‘비코’가 한국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 인터폴은 한국 경찰에 이를 알렸다. 이병하 과장은 “조사에 나선 날 몇 시간 차이로 ‘비코’가 해외로 출국했다”며 “하지만 외국인이 외국에서 저지른 범죄인 데다 사법공조 요청이 들어온 것도 아니어서 우리 사법 당국이 출국금지나 체포 등 강제 조처를 할 방법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비코’가 국내에서 저지른 범죄가 있는지 조사하는 한편, 인터폴 및 타이 경찰과 정보 교환에 주력하고 있다.
‘비코’는 지난 8월 지방의 한 외국인 학교와 1년 동안 일하기로 계약을 맺고 입국했으며, 공개수배가 이뤄진 직후인 10일 서울로 와 11일 출국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과장은 “‘비코’가 이전에도 몇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나, 체류 기간이 짧았고 범행 시기인 2002~2004년에는 한국에 머물지 않았다”며 “아직까지 국내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근무지 관계자들과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계속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김외현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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