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학교 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도중 출국해 공판에 나오지 않던 정태수(84) 전 한보그룹 회장에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심상철)는 18일 열린 정씨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피고인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판 직후 정씨의 영장을 발부했고, 검찰은 법무부를 통해 일본 당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기로 했다. 정씨는 이날까지 4차례 연속 재판에 불참했다.
정씨 쪽 변호인 한종원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 “현재 정씨가 일본에 있지만 정확한 거주지나 병원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출국 전 “병 치료를 위해 일본에 갈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검찰 조사 결과 지난 5월 일본이 아닌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 6월6일에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키멥대학에서 열린 행사에도 이 학교 총장의 초정으로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증여세 등 국세 2천여억원을 체납해 출국이 금지된 상태였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전성수)는 지난 4월 정씨가 낸 출국금지 해제 소송과 출국금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4월23일~5월22일 한달 동안 출국금지 효력을 정지시켰다.
정씨는 자신의 며느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강원도 강릉시 영동대학교의 교비 6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가 인정돼 지난해 2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정씨가 고령이고 횡령금을 갚을 의지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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