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성분 초과 검출 상위 사례
기준치 초과 143건…‘10배 이상 검출’ 37%
현행법, 생산자만 처벌…“업체도 책임” 지적
현행법, 생산자만 처벌…“업체도 책임” 지적
이마트, 홈에버 등 대형 할인점에서 파는 농산물에서 농약 성분이 기준치의 수십에서 수백배가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은 ‘농약 채소’의 생산자만 처벌할 뿐, 판매자에게는 제재를 하지 않는다. 대형 할인점들은 소비자들이 대기업 유통 브랜드만 믿고 농약 채소를 구입한 데 대해 별다른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은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제출한 ‘대형 할인점 등에 대한 농산물 수거·검사 자료’를 보니,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검출된 사례가 143건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 창동 농협유통센터의 상추는 살충제가 기준치의 594배, 서울 면목동 홈에버의 근대는 살균제가 기준치의 92.6배나 검출됐다. 부산 연산동 이마트에서 팔던 쪽파는 살균제가 기준치의 65배 나왔다. 부산 금곡동 농협하나로마트는 생물생장조절제가 기준치의 127배나 검출된 케일을 팔기도 했다.
이들 농약 채소 143건 가운데 37.1%인 53건은 농약 성분이 기준치의 10배를 넘겨 심각한 수준이었고, 고독성 농약이 나온 사례도 14건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대기업 유통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이 커짐에 따라, 유통 업체가 판매하는 농산물의 품질 관리에 대한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통 업체가 농산물 산지와 직거래를 하면서 ‘○○○○ 알뜰상품’ 식으로 유통 브랜드를 붙여 채소류를 판매하는 사례도 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 이마트 홍보실 쪽은 “산지와 직거래를 할 때는 농장을 직접 방문하고, 중간 도매상에서 오는 농산물은 본사 연구소에서 표본 검사도 한다”면서 “그러나 날마다 들어와 당일에 팔려나가는 채소류 특성상 모두를 걸러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에서 기준치 이상의 농약 성분이 검출돼도, 생산자만 처벌을 한다. 대형 할인점은 식약청에서 농약 초과 검출 통보가 오면, 해당 생산자와 계약을 파기하는 정도의 사후 수습만 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높은 유통 이윤을 챙기면서도, 농약 채소에 대한 책임에서는 빠져나가는 셈이다. 전 의원 쪽의 우재준 비서관은 “대형 유통 업체에 농산물 품질 검사의 의무 범위를 규정해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생산자만 처벌해서는 ‘사후 약방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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