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땅을 되찾고자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고 인감도장을 훔쳤던 아들이 소송에 휘말리고 아버지를 잃는 등 호된 대가를 치렀다.
경기도에 사는 박아무개(46)씨는 2003년 “아버지 명의로 소송을 제기하면 할아버지 소유였던 땅을 되찾을 수 있다”는 최아무개씨의 꼬임에 넘어가 아버지의 땅 일부를 팔기로 했다. 박씨는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 뒤 인감도장을 훔쳐냈고, 최씨는 박씨로부터 받은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이용해 박씨 아버지의 땅 일부를 2억8000만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박씨 아버지는 평소 다니던 양로원 쪽의 신고로 며칠 뒤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뒤 박씨 아버지의 땅을 샀다는 이아무개(51)씨가 나타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씨는 대리권을 받았다는 최씨로부터 4억6000만원에 땅을 샀다며 박씨 아버지를 상대로 2005년 2월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냈다.
소송은 길었다.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06년 1월 박씨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어머니, 형제들과 함께 소송을 이어받았다. 그해 8월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이씨는 사건을 항소심으로 끌고 갔다.
결국 서울고법 민사21부(재판장 이동명)는 22일 “최씨가 이씨와의 계약에 사용한 인감증명서 등은 박씨가 아버지를 강제로 입원시키고 훔쳐내 온 인감도장을 이용한 것으로, 이씨 주장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결로 박씨는 아버지의 땅을 지켜낼 수 있었지만, 2년8개월의 긴 소송을 치르며 아버지를 잃고 말았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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