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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정희, 김대중 납치 직접지시 가능성 배제 못해”

등록 2007-10-24 19:30수정 2007-10-24 22:58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3년 8월14일 서울 동교동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월8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들한테 납치됐다가 13일 풀려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3년 8월14일 서울 동교동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월8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들한테 납치됐다가 13일 풀려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사위, 사건발생 34년만에 첫 정부차원 조사결과
관련자 10여명 면담·1만2천쪽 국정원 문서 검토
결정적 물증 못찾고 이후락 면담 실패는 한계로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가 24일 발표한 ‘김대중 납치사건’ 진상규명 결과는 △1973년 8월8일 사건 발생 뒤 34년 만에 나온 정부 차원의 첫 공식 조사 결과이고 △한국 정부의 요청을 수용해 실질적으로 수사를 종결한 일본 정부의 책임까지 함께 물었다는 점 등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장 큰 의혹으로 남아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 여부에서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 조사 초점=국정원 과거사위는 △중앙정보부에 의한 납치 여부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 △단순 납치인지 살해를 위한 납치인지 △정부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 등 네 가지를 사건의 핵심 의혹으로 보고 진상규명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이 사건이 중정의 소행임은 언론 등을 통해 밝혀진 사실인 만큼, 조사의 핵심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였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 다음 차기 대권은 이후락 부장이 잡아야 한다”고 발언해 파문을 불러일으킨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의 발언 뒤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잃었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과잉 충성 차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납치했다는 ‘이후락 지시설’과, 1971년 대선 때 90여만표 차이로 패배한 야당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외에서 반유신 활동에 나서자 박 전 대통령이 납치를 지시했다는 ‘박정희 지시설’이 거론돼 왔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이런 양쪽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과 진술자료들을 두루 조사한 뒤 이철희 당시 중정 차장보 등 10여명의 면담 조사와 1만2천여 쪽에 이르는 국정원 내부 문서 검토를 거쳐 “박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최소한 묵시적 승인은 있었다고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놨다. 과거사위는 또 “박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와 무관하게 대통령 직속 기관인 중정이 납치를 실행하고 사후 은폐까지 기도한 사실에 비춰 박 전 대통령은 통치권자로서의 법적·정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책임을 분명히했다.

한홍구 국정원 과거사위 위원(성공회대 교수)은 “히틀러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학살)를 지시했다는 직접 증거가 있어야만 히틀러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박 전 대통령이 정말로 이 사건과 무관했다면 사건 발생 뒤 이후락 부장을 처벌하는 게 당연한데 그러지 않았고, 사건 은폐를 지시한 점 등은 박 전 대통령이 사건의 공범 또는 주범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한계=국정원 과거사위가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명확히 했지만, 결정적인 물증을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우선 과거사위는 이철희 차장보와 윤아무개 국장 등을 면담해 납치 20여일 전에 사건 전체를 기획한 내용이 담긴 ‘KT(김대중의 로마자 첫글자) 공작계획서’가 작성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해당 문서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이는 국정원이 중정과 안기부 시절을 거치며 ‘민감한 자료’들을 상당 부분 없앴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을 이후락 전 부장을 조사하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이 전 부장 면담 조사를 위해 주거지를 탐문해 방문했으나, 건강 악화로 정상적인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병욱 국정원 과거사위원장(가톨릭대 교수)은 “위원회 활동 성과에 대해서 시각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름으로 최대한 국정원 내부의 협조를 얻어내 밝혀낸 결과들”이라며 “주요 문서가 이미 폐기됐고, 강제 조사권이 없는 점 등은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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