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에 반발해 처음으로 집단행동에 나선 삼성에스디아이 및 삼성전자의 과장급 간부 40명이 지난 6일 오전 경북 구미의 금오산에 모여 등산을 하고 있다.
핵심인물들 갑작스레 국외출장 지시 내려
사쪽 “물량 차질 예상돼…본인 의사” 해명
사쪽 “물량 차질 예상돼…본인 의사” 해명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삼성그룹의 과장급 간부들이 지난 6일 경북 구미 금오산에서 등산모임(<한겨레> 10월9일치 9면)을 한 데 이어 27일 내부 결속을 다지는 2차 모임을 하려하자, 회사가 모임의 핵심 인물들을 국외출장 보내는 등 모임을 방해하고 있다.
‘삼성의 잘못된 역사를 바꾸는 모임’(삼역모) 대표인 삼성에스디아이(SDI)의 ㅈ 과장은 25일 “지난 7년 동안 단 한차례도 중국 출장이 없었는데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출장 지시를 받았다”며 “6일 동안의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려 했으나 회사 쪽에서 일방적으로 비행기편을 취소하면서 ‘27일 모임에 참석하지 말고 이달 말까지 협력사에서 업무를 계속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협력사의 물량공급 차질 현황을 파악하라는 게 출장 목적이었지만 이는 전화로 늘 해오던 업무”라며 “중국에서 혼자 공항으로 나가 23일 비행 탑승권을 사 돌아오니 회사 쪽에서는 ‘근무지 이탈’이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에스디아이 이경상 홍보부장은 “이달 물량 차질이 예상돼 출장간 담당 과장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출장기간이 연장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ㅈ 과장은 “물량해결이 될 때까지 남으라는 것은 출장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변명”이라며 “내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현지 상황파악이고, 물량해결은 임원들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ㄱ 과장도 지난 15일부터 세차례 국내 출장을 갔다가 19일 중국 출장을 갔다. ㄱ 과장과 함께 일하는 한 직원은 “국내 출장 목적이 업무 시찰이었지만 사실은 관광이었고, 회사 인사팀 직원들이 ㄱ 과장에게 ‘모임에 참여하지 말라’며 데리고 다녔다”며 “국내 출장기간 동안 회사에서 해외출장 수속을 밟았고, 중국에 안전담당자가 따로 있는데 ‘작업장 안전점검’을 이유로 출장지시를 받아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출장을 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의 한 과장은 최근 회사 쪽으로부터 한달 이상의 ‘해외 파견’을 지시받아,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ㅈ 과장은 “경기지역에서 열리는 27일 모임에 삼성전기와 삼성코닝, 삼성정밀 등에서도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혀오고 있다”며 “출장, 면담 등 회사 쪽의 방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모임은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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