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납치사건’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위원장 안병욱)가 일본 정부에 불만과 유감의 뜻을 밝혔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26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국정원 과거사위 3년간 활동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당시 한국 정부가 발뺌을 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일본 정부가 말하는데, 일본은 납치 사건이 한국 정부의 소행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냥 넘어간 것”이라며 “지금와서 유감이라니, 그것은 순전히 수사적인 표현일 뿐이어서 그런 식의 변명은 수긍할 수 없고,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특히 “김형욱 실종 사건은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었고, 동백림 사건도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 우리나라 정보 요원들이 백주 대낮에 사람들을 납치한 사건이었지만, 이들 나라들은 위원회 조사에 흔괘히 협조하고 너그러이 받아들여줬다”며 “하지만, 조사에 협조하지도 않고 유감이라고 나온 일본 정부의 태도는 섭섭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산케이신문> 특파원이 “국제법 위반인데 한국 정부가 사죄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창호 위원(경상대 교수)은 “당시 (김종필 총리와 다다카 수상이 만나 사건을 덮고 넘어가기로 한) 합의는 외교가 아니라 밀실에서 맺어진 야합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 쪽이 조사 결과에 대해 ‘우유부단한 결론’이라고 한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 쪽에서는 조사 결과를 흔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것 같은데,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그렇게 평가하는 것에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한다”며 “납치 사건에 가담한 직원 2명이 사과의 뜻과 함께 용서와 화해로 나가자는 사과문까지 만들어 위원회에 건넸는데, 김 전 대통령 쪽에서 그런 식으로 나오니 혹시 오해라도 살까봐 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홍구 위원(성공회대 교수)도 ‘살해를 위한 납치’라고 규정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으로서는 살해 위협을 느꼈겠지만, 살해되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동교동 쪽에서 조사를 했어도 지금과 똑같은 결론이 내려졌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언론이 “(칼 858기를 폭파한) 김현희가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설이 있다”고 묻자, 국정원 안광복 기조실장은 “금시초문이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한국 기자들보다도 많은 20여명의 일본 취재진들이 참석해 일본 쪽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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