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검찰 자진출두…귀국시기 사전조율 있었던듯
집에 60억여원의 괴자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검찰에 압수당한 김석원(62) 전 쌍용그룹 회장이 일본에서 귀국해 26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이날 오후 2시께 서울서부지검에 출두했다”며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집에서 발견된 60억여원의 출처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 쪽 사정을 잘 아는 한 기업체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검찰 쪽과 조율해 25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고, 26일 오후 검찰에 출석했다”며 “김 전 회장이 귀국을 계속 미루면 부인과 자녀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어 고심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정아(35)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김 전 회장의 부인 박문순(53) 성곡미술관장의 횡령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64억여원을 발견한 바 있다. 당시 국외에 머물던 김 전 회장은 64억여원이 압수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달 초로 예정됐던 귀국 시기를 계속 미뤄왔다.
그동안 돈의 출처를 캐기 위한 검찰 수사는 64억여원의 대부분이 소액권 수표여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거래가 많이 돼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헌 수표들은 아니지만, 수표가 6천여장에 이른다”며 “계좌추적에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쌍용양회와 김 전 회장이 차명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ㅎ레미콘 등을 통해 조성된 돈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또 신 전 교수의 조형물 리베이트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과거 쌍용그룹 계열사였던 쌍용건설 쪽이 연루된 사실도 파악했다.
이에 대해 쌍용 쪽 관계자는 “대형 건축물에는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조형물과 관련해 쌍용건설 한 간부가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것으로 안다”며 “해당 조형물은 성곡미술관을 통해 납품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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