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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 직원이 돈주며 “이자소득세 대신 내달라”

등록 2007-10-29 21:05수정 2007-11-03 14:09

김용철 변호사가 차명계좌의 증거라며 공개한 자료. 2006년 1억8천여만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한 우리은행 계좌에 대한 세무자료(위쪽)와 17억원이 입금돼 다음날 인출된 우리은행 계좌(중간), 26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이 들어 있는 굿모닝신한증권 잔고확인서(아래쪽) 등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차명계좌의 증거라며 공개한 자료. 2006년 1억8천여만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한 우리은행 계좌에 대한 세무자료(위쪽)와 17억원이 입금돼 다음날 인출된 우리은행 계좌(중간), 26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이 들어 있는 굿모닝신한증권 잔고확인서(아래쪽) 등이다.
김용철씨 명의 차명계좌들
우리은행·신한증권, 보안계좌로 분류…명의자도 ‘조회 불가’
1년 이자 1억8185만원 나와
17억원 입금 하루만에 빠져
넉달쓰고 해지 “이자 822만원”
삼성전자 6071주 “26억원대”

김용철 변호사의 공개로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방식과 규모의 일각이 드러났다. 전현직 임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차명계좌를 만든 뒤, 이 계좌를 이용해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보관하거나 자금 세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은 공범자 구실을 충실히 해 왔고, 검찰이나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은 이런 내용을 훤히 알면서도 묵인해 온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가 공개한 금융기관 차명계좌는 모두 네 개다. 이 가운데 세 개가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서울시청 앞 삼성 본관 빌딩 2층 소재)에 개설된 것이고, 하나는 굿모닝신한증권 도곡지점에 개설된 증권계좌다. 모두 본인 동의 없이 개설된 뒤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김 변호사도 본인 이름의 계좌에 자금이 얼마 들어 있는지, 현재도 돈이 남아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다.

■ 은행계좌 세 개=50억원대의 비자금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계좌는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된 미확인 계좌다. 지난 19일 김 변호사가 본인임을 밝히고 우리은행 OO지점에 확인한 결과, 계좌번호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계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닷새 뒤인 24일 우리은행 △△지점에 확인했을 때는 아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은행 쪽은 이 계좌가 보안계좌일 경우, 본인이라도 계좌를 개설한 지점이 아니면 조회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계좌의 존재는 이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을 보면 알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이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 1억8185만4326원에 대한 소득세 2500여만원을 올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납부했다. 올 5월 삼성 전략기획실 직원이 찾아와 세금이 이렇게 나왔으니 대신 내 달라며 세금 액수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갔다. 빨리 정리하라고 말했지만 이 직원은 “내년까지 한 번만 더 폐를 끼치겠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이 계좌를 정기예금으로 간주하고, 연 4.5%의 이율을 적용해 역산해 보면 예치된 돈의 규모는 약 50억원대로 추정된다.

또, 하나의 계좌(계좌번호 1002-301-722068)는 위의 미확인 계좌와 마찬가지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된 것이다. 이 계좌는 2004년 8월26일 개설돼 2004년 12월7일 해지된 것으로 돼 있다. 2004년도 김 변호사의 이자소득 세명세서에 나오는 822만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한 계좌로 추정된다. 지난 19일 우리은행 OO지점에서 확인했을 때는 계좌번호와 계좌 활동 기간까지는 확인해 주었으나 거래 내역은 ‘조회 불가’였다. 지난 24일 △△지점에서 계좌번호를 알려 주며 조회한 결과, 이런 계좌의 존재 여부도 확인할 수 없었다.

나머지 하나(계좌번호 1002-635-117357)는 두 달 전인 지난 8월27일 신규로 개설돼 그날 17억원이 입금된 통장이다. 이 돈은 바로 다음날 국공채 매수 자금으로 인출됐다. 자금 세탁용으로 하룻동안 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 증권계좌 하나=굿모닝신한증권 도곡동지점은 2004년 10월28일 김 변호사 명의의 계좌(계좌번호 012-01-112×××)에 삼성전자 주식 6071주(당시 시가 26억6820만4500원)가 있다고 통보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이 자체 정기감사 과정에서 손님들에게 잔고 내역을 통보한 것이다. 물론 김 변호사가 모르는 내용이었다. 이 계좌의 내역이 통보되자 김 변호사의 부인이 “나 모르게 숨겨 놓은 주식 아니냐”고 따져 이를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이 주식이 남아 있는지, 아니면 현금화돼 인출됐는지 확인할 수가 없는 상태다.

이런 계좌들은 김 변호사 본인이 자신의 이름이 도용당해 만들어진 차명계좌라고 공개했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거래 내역과 자금 출처 등이 금방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비자금 규모는 얼마? =이런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 삼성의 비자금 규모를 정확히 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 전모는 비자금을 관리하는 전략기획실의 몇몇 핵심 인원들만이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변호사의 증언을 통해 대략적인 규모를 유추해 볼 수는 있다. 김 변호사는 “이런 방식으로 전략기획실 재무팀에서 관리하는 차명계좌가 1000여개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략기획실 임직원과 각 계열사 사장단, 재무담당 임원(CFO) 등 믿을 만한 인사들의 명의를 이용해 차명계좌를 만든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김 변호사의 경우처럼 퇴직 이후에도 명의를 계속 사용하는 것까지 합치면 그 수가 1000여개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차명계좌에 넣어두는 비자금 액수는 각 직급에 따라 수억원에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서 그리 신임받지 못한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에 50억원대가 들어 있었던 것에 비추어 전체 규모를 추정할 뿐이다.

하지만 삼성은 김 변호사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해당 계좌의 돈은 삼성과 관계 없는 개인 돈”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실체적 진실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정석구 선임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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