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가게 물품 잇단 도난
호소문 소용없어 CCTV 설치
호소문 소용없어 CCTV 설치
‘벼룩의 간을 빼먹지.’
시민들이 기증한 물품을 팔아서 결식아동, 홀몸노인 등 불우이웃을 돕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 울산 신정점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두 대가 손님을 맞는다. 소외된 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시민들의 정성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 돌아가면서 기증된 물품을 손질하고 판매에 나서는 자원봉사자들의 땀이 배인 점포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점포가 살벌한 풍경으로 바뀐 사정은 뭘까? 영업이 끝나는 평일 오후 6시 이후와 영업을 하지 않는 휴일에 뜻있는 이들이 점포 밖 기증품 보관소에 두고 간 의류 등 물품들이 종종 없어지기 때문이다. 영업시간 점포 안에서도 없어지는 물건이 더러 있는데 엠피(MP)3플레이어, 시계 등 비교적 값이 비싼 물건들이 표적이다. 비닐 커버를 화장실에 버려두고 점포 진열대에 놓인 옷을 입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비뚤어진 양심도 있다.
이에 아름다운 가게 쪽은 ‘이곳의 물품들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여지니 몰래 가져가지 말아 달라’는 호소문을 점포에 붙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심 끝에 지난 9월 시시티브이 두 대를 기증받아 매장 안과 밖에 한 대씩 달았다.
시시티브이가 부착된 뒤엔 사라지는 물품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수난을 겪고 있다. 간혹 몰래 가져가는 이들을 점포 안에서 붙잡기는 하지만 점포 운영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형사고발을 하기가 쉽지 않다.
아름다운 가게 울산 신정점 손수경 간사는 “마음이 아파서 애써 훔쳐 가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경우도 있다”며 “순수한 뜻을 지닌 이들이 힘을 합쳐 운영하는 점포에 시시티브이를 설치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집중 모금에 들어가는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 및 배분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비상이 걸렸다. 공동모금회는 기부금 요청을 먼저 하지 않고 개인계좌로 송금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이들이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사칭해 기부를 요청하는 전자우편을 무차별로 보낸 것이다.
유말순 울산시 자치행정과장은 “각종 사회단체가 어떠한 형태의 기부행위를 먼저 요청할 수 없다”며 “기부를 요청하는 전화나 전자우편 등을 받으면 16개 광역시·도에 전화를 걸어 등록된 단체인지를 문의해서 이름이 없으면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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