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 뒤쫓을 게 아니라 우리가 앞서야죠”
“산불은 생명체와 같습니다. ‘먹을 것’이 있는 곳은 반드시 따라 갑니다.”
6일 오전 강원도 양양지역에 난 산불이 ‘완전 진화’됐다는 소식에 국립산림과학원 산불 진화과 김동현(33) 연구사는 서둘러 열화상 카메라와 지피에스(위치정보시스템)가 장착된 피디에이(PDA)를 챙겨 들었다.
“눈에 보이는 불보다 보이지 않는 잔불이 오히려 더 무섭습니다. 600도나 되는 잔불은 불꽃이 없어도 소나무에 불을 붙일 수 있을 정도입니다.”
4일 밤 산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밤길을 달려 서울에서 양양으로 온 그는 그 뒤로 줄곧 ‘불길’만을 따라 다녔다. 그는 산불 현장에서 풍향과 지형, 식생을 종합적으로 살펴 산불의 진행상황과 경로 등을 예측해 효과적으로 불길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모인 소중한 자료들은 나중에 산불 예측기술 개발이나 산불 피해지역 복구, 생태계 변화 조사 등에 쓰인다.
그가 산불을 따라다니기 시작한 것은 1996년 4월 강원도를 휩쓴 고성 산불 때부터다. 대학에서 산불관리학을 공부하던 그는 3700ha의 어마어마한 임야를 태우며 ‘괴물 같은’ 식욕을 자랑하는 산불에 이끌려 고성을 찾았다. 자연과 인간을 구분하지 않는 산불 앞에 산과 마을은 잿더미 속에서 서로 엉켜 있었다.
“새까맣게 그슬려 죽은 어미 소 밑에 송아지 한마리가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산불과의 승부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3년 전부터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2002년 청양·예산 산불, 지난해 속초 산불 등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 한가운데 어김없이 서 있었다. 예고 없는 불과의 싸움을 위해 차에는 항상 각종 장비와 옷가지가 준비돼 있다. 산불이 집중되는 요즘 같은 때는 집에 들어갈 일도 거의 없다.
그는 “이번 산불 진화과정에서 소방헬기에 대한 비판이 있긴 하지만 외국에서는 잘 짜여진 우리의 헬기 운용 체계에 대한 평가가 좋다”며 “24시간 쉬지 않고 근무해야 하는 대원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비 등은 선진국의 70% 수준이지만 불을 끄겠다는 대원들의 의지만은 200% 이상”이라고 힘줘 말했다. “불 뒤꽁무니만을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불을 앞서 가야지요.” ‘산불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그의 몸에서 ‘탄 내’가 짙게 배어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그는 “이번 산불 진화과정에서 소방헬기에 대한 비판이 있긴 하지만 외국에서는 잘 짜여진 우리의 헬기 운용 체계에 대한 평가가 좋다”며 “24시간 쉬지 않고 근무해야 하는 대원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비 등은 선진국의 70% 수준이지만 불을 끄겠다는 대원들의 의지만은 200% 이상”이라고 힘줘 말했다. “불 뒤꽁무니만을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불을 앞서 가야지요.” ‘산불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그의 몸에서 ‘탄 내’가 짙게 배어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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