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눈치 살피다 ‘기습 상정’ 처리
곳곳에서 설문조사 결과 조작 의혹도
곳곳에서 설문조사 결과 조작 의혹도
과도한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을 놓고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의정비 심의 법정시한인 31일 곳곳에서 기습적으로 의정비를 기습 인상하는가 하면 원칙이나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인상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 대부분 두자릿수 인상=부산 해운대구는 지난 29일 의정비심의위 회의를 열어 애초의 동결안을 뒤집고 심의위원 만장일치로 13.0% 인상안을 확정했다. 해운대구 심의위는 의정비 인상 근거로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웠는데, 심의위가 지난 23~29일 구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벌인 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주민은 133명에 그쳤다. 조사 결과도 구의원 의정활동 평가에 ‘잘한다’는 대답이 64.7%, 의정비 인상이 구의회 의정활동에 기여한다는 응답이 75.2%로 나타나, 구의원들이 친인척 등 주변 사람들을 동원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김천시 심위위가 지난 11일부터 열흘 동안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70% 가량 대폭 올려야 한다는 응답이 89.1%(1037)인 것으로 나왔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김천시의원 의정비는 2520만원에서 4천만∼4500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이에 대해 김천기독교청년회는 “시의원 업무 인지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2%인 845명이 무응답인데도, 의정비 책정액수에 대한 질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조작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의혹이 제기되자 심의위는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하지 않고 31일 38.09% 인상된 3480만원으로 의정비를 결정했다.
경기 성남시 심사위는 의정비를 25.7% 올려 4777만원으로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심의위는 두 차례 회의와 주민 여론조사를 거쳐 최저 3800만원에서 최고 5400만원까지 5개안을 마련한 뒤, 평균치를 내는 방식으로 책정했다.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한 것은 물론, 의정비를 ‘뽑기’식으로 산출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동결 의견이 압도적이었으며, 심의위는 애초 4325만원의 잠정안을 내놨다.
인천시의회는 의정비 산출내역에 성과급시스템을 도입해 ‘의정활동 실적이 매우 우수하다’며 4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평가해 357만원을 인상금액에 포함키기도 했다.
■ 일부는 결정 미뤄=전북 전주시의회는 지난달 30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상임위를 통과한 ‘지방채 발행 동의안’ 등 2개 안건을 이례적으로 유보 및 부결처리했다. 의원들은 “안건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의회가 애초 내놓은 98.11% 인상안이 13.6%로 확정된 데 따른 ‘보복 조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시의원들은 의정비가 낮게 결정되자 “3900만원 어치만 일해야겠네요”라는 등의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제주도 심의위는 지난 17일 10.1% 인상된 4556만8천원의 의정비를 잠정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도의원 의정비 심의기준이 되는 조례를 제정하지 않아 의정비를 결정할 근거가 없다는 일부 심의원원들의 문제제기로 의정비 인상이 유보됐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는 심의위가 의정비 액수를 10월 말까지 정하도록 돼있으나 상당수 자치단체 심의위는 이를 어기면서 여론의 동향을 살피고 있어 법률적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전국종합,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전국종합,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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