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허위증명서 제출…병무청, 혐의확인 17명 우선고발 검토
미국 대학의 입학·재학 증명서를 위조해 체류 기간을 연장하거나 병역을 면제받은 이들에 대해 병무청이 본격 조사에 나섰다. 병무청은 우선 17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4일 “미국에 체류 중인 병역의무자 가운데 186명이 위조 서류를 내고 병역의무를 기피하고 있다는 제보가 올해 초 입수돼 그동안 자체 감사를 벌여왔다”며 “17명 정도가 혐의가 있는 것으로 1차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조사를 거쳐 이들을 다음주께 검찰에 고발하고 국외여행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는 미국 현지 공관 직원이 이들이 낸 가짜 서류를 눈감아줬다가 해임된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외교부는 3일 “로스앤젤레스의 한 유학원이 위조한 미국 대학 증명서 등을 근거로 병무청에 국외여행 허가기간 연장 허가와 미국 내 체류자격(유학비자)을 얻어내는 과정에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의 한 행정원이 연루됐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자체 조사를 벌여 지난 3월 이 행정원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이 행정원에 대해 우리 수사당국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병무청 조사를 받는 이들은 주로 2004·2005년 어학연수 등의 명목으로 미국에 간 뒤 유학원에서 받은 미국 대학 31곳의 가짜 서류를 근거로 체류 연장과 병역 연기 허가를 받았다. 특히 일부는 체류 연장 뒤 영주권을 얻어 아예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주권을 취득해 만 35살이 지나면 병역이 면제되는 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병역법은 병역의무자들이 외국 체류 중 만 25살이 되면 재외공관 등을 통해 병무청에 국외여행 허가기간 연장 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외공관은 관련 서류를 받아 심사한 뒤 병무청에 통보한다.
손원제 기자, 연합뉴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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