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재판 현황
‘대체복무’ 추진 발표 뒤19건…구속재판도 줄어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대체복무 허용 추진 방침을 발표한 뒤 이미 기소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재판이 상당수 중지됐다. 해당 재판부들이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이들을 처벌할 필요가 없어지는 만큼 그때까지 재판을 미뤘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수형자 가족 모임’이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 9월18일 국방부가 2009년부터 대체복무를 허용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뒤 9월20일 대전지법 항소2부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자 손진영(20)씨의 병역 거부 혐의 재판 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최근까지 19건의 재판이 연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사건은 1심 81건, 2심 42건 등 모두 131건이다.( 표 참조)
재판이 연기된 19건 가운데 4건은 피고인이 재판 연기를 신청했지만, 나머지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연기했다. 법원별로는 인천지법이 5건으로 제일 많았고, 수원지법 여주지청과 광주지법이 각각 3건과 2건으로 뒤를 이었으며, 서울서부지법·서울북부지법·수원지법·수원지법 평택지원·의정부지법·대전지법·대구지법·대구지법 서부지원도 각각 1건씩이다.
불구속 재판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131명 가운데 불구속 재판이 82명으로, 구속 재판을 받는 49명보다 많았다. 홍영일(42) ‘양심적 병역거부 수형자 가족 모임’ 대표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구속·불구속 재판 건수가 거의 비슷했는데, 국방부 발표 뒤 재판부들이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이 연기되고 불구속 재판 비율도 높아졌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상당수는 아직도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북부지법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기일 추후 지정을 통보받은 오동석(26·고려대 경영학과 졸)씨는 “재판이 연기돼 반갑지만, 어차피 취직이 불가능해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며 하루라도 빨리 대체복무제가 시행되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대체복무제 허용 방침이 뒤바뀔 것이라고 보도해 불안한 마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제도 도입 때까지 1년 이상 기다려야 하고 복무기간도 상대적으로 길어 그냥 재판을 진행해 처벌받겠다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한편, 법원이 ‘양심적 예비군훈련 거부자’에게 대체복무 기회를 주지 않는 현행 법률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한겨레> 5월2일치 9면)한 뒤 예비군훈련 거부 혐의 재판도 20여건이 중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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