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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몇시간이면 끝나는데” 열흘째 궁색한 핑계

등록 2007-11-06 20:55수정 2007-11-06 23:22

삼성 차명계좌 관련 우리은행 · 굿모닝신한증권 · 금감원 주장의 문제점
삼성 차명계좌 관련 우리은행 · 굿모닝신한증권 · 금감원 주장의 문제점
금감원·우리은행·신한증권, ‘삼성 차명계좌’ 조사 안해
금감원 “위에서 지시 내려와야…”
우리은행 “계좌 열람이 불법이라서…”
신한증권 “계좌 개설자가 퇴사해서…”
금융계 “맘 먹으면 전산망 조작 일주일도 안 걸려”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 차명계좌’를 공개한 지 열흘 가까이 되도록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이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또 금융감독당국은 이들 금융회사의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를 미루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에선 이런 조사는 몇 시간이면 마칠 수 있는 간단한 조사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이렇게 조사가 지연될 경우 삼성의 차명계좌 운영의 진상이 은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그룹이 운용해온 차명계좌 3개가 드러난 우리은행은 자체 조사와 관련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우리은행 검사실 간부는 6일 “현재 자체 조사를 하고 있는지, 또 조사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등에 대해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한 임원은 “김 변호사가 은행에 직접 찾아와 요구를 하지 않은 한 김 변호사 명의의 계좌를 조사하는 것은 금융실명제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계좌를 열람해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조사 자체가 불법이어서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이런 주장은 이미 우리은행이 김 변호사의 동의 없이 삼성그룹에 차명계좌를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에 비춰 설득력이 없다. 또 전문가들은 위법 혐의가 있는 정보가 제공됐을 때 조사에 나서는 것은 금융회사의 의무라고 지적한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부소장(변호사)은 “은행이 계좌 개설의 적법성을 밝히는 것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이 아니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는 게 은행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차명계좌 1개가 드러난 굿모닝신한증권은 차명계좌를 개설해준 직원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군색한 변명을 들어 조사를 계속 미루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관계자는 “계좌 개설자가 퇴사를 해 연락이 닿지 않아 계좌를 개설할 때 정확한 상황 파악이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 조사가 예금거래 신청서와 출금 전표 등 2개만 찾으면 곧바로 차명으로 계좌를 만든 사람을 역추적할 수 있는 간단한 조사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팀장은 “계좌번호가 나온 이상 거래 내역은 전산망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지점에서 보관중인 예금거래 신청서와 출금 전표만 찾으면 몇 시간 안에 조사를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도 은행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오거나 당사자인 김 변호사가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한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실무진의 견해는 다르다. 금융감독위원회 담당자는 “솔직히 우리가 나서서 (금감원 쪽에) 보고해 달라고 말하기엔 너무 민감한 문제 아니냐. 일단 가만히 있다가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거나 하면 파악해봐야지. 우리가 나서기 참 민감하다”고 털어놓았다. 또 금감원의 한 팀장은 “윗선에서 검사 필요성에 대한 판단만 내려지면 당장이라도 검사 착수가 가능하다”며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는 내용이 간단해 많은 인력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물론 금융감독당국까지 이처럼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삼성그룹의 차명계좌 운용 관련 진상이 묻혀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전산 담당자는 “해당 은행이 만약 진상을 감추기로 마음만 먹으면 전산망을 조작해 사건을 은폐하는 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혁준 김경락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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