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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매매여성의 1%…수천명이 장애인

등록 2005-04-08 17:52수정 2005-04-08 17:52

최악 고객 떠넘기고
동료들마저 ‘왕따’

지난달 26일 서울 하월곡동 성매매업소 밀집지역 화재로 다친 송아무개(29)씨는 정신지체 3급의 장애인이다. 휴대전화 문자도 보내지 못할 정도다. 언어장애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송씨 삼촌은 “한시도 집에 붙어 있지 못할 정도로 정서불안이 심한 조카딸이 어떻게 이곳에 머물러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업주는 장애 여부를 알고도 성매매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물론 업주는 이를 적극 부인했지만.

화재가 나기 전 송씨를 조사한 종암경찰서 관계자는 “이곳에서는 글도 모르고 말도 어눌한 사람이 많아 전혀 특이하게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장애인 여성의 성매매는 만연해 있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장애 여성들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남들이 꺼리는 손님을 맡고 각종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성매매업소에서도 ‘최하층민’ 대우를 받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말까지 하월곡동 업소에서 일했던 박아무개(34)씨는 “말 한마디만 해봐도 장애인인지 알 수 있는 여성들이 꽤 있다”며 “이들에게 최악의 고객인 술 취한 손님이나 외국인을 맡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동료 사이에서도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2003년 1월 여성단체 관계자들에 의해 경기 성남의 한 성매매업소에서 구출된 장애 여성들은 이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최아무개(당시 19살)씨는 소아마비로 손과 발이 불편했으며, 온몸이 라이터 불 자국과 구타로 얼룩져 있었다. 한참을 ‘스스로 낸 상처’라고 주장하던 그는 대질심문을 하자 비로소 업주로부터 ‘느리다’는 이유로 얻어맞았다며 울먹였다. 업주는 몸이 불편한 그가 정해진 시간 안에 손님을 ‘처리’하지 못한다고 머리카락을 자르며 인분까지 먹였다는 것이다.

“느리단 이유로 구타…골방에 사실상 갇혀 최하층민 대우
대처능력 떨어져 업주들 오히려 선호”


함께 구출된 신아무개(19)씨도 ‘성매매’나 ‘구타’ 같은 단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업주는 “집이 어딘 줄도 모르는 어리숙한 아이라 다른 아이들보다 몇 배는 싸게 데려왔다”고 진술했다. 신씨는 가장 후미진 골방에 사실상 갇힌 상태에서 성매매를 했다.

여성단체들은 전체 성매매 여성의 1%, 최소 수천명 정도가 이런 장애 여성일 것으로 추산한다.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성매매업소 밀집지역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 쉼터 운영자는 “현재 머물고 있는 18명 가운데 2명이 장애인”이라며 “이들은 학대로 인한 몸과 마음의 상처가 커, 치유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의 한 여성단체 활동가는 “성매매 여성의 대부분이 장애인인 업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애 성매매 여성들은 대처 능력이 떨어져 경찰에 신고도 제대로 못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업주들이 장애 여성들을 오히려 선호하는 현상도 있다.

이들 여성이 머물 시설도 마땅치 않다. 장명숙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처장은 “여성 장애인들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자활 시스템이 절실하다”며 “당장 장애인의 경우 기존 성매매 지원센터와 쉼터 등에서 도움을 받기 힘든 만큼 전담시설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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