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위, 헌재에 위헌성 판단 권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위원장 송기인)는 8일 ‘오종상씨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유신 시절 발동됐던 긴급조치는 정권 반대 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도구였던 만큼 긴급조치의 위헌성 판단과 함께 피해자 명예회복 조처를 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오씨는 1974년 5월 버스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에게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일주일 동안 조사받고 긴급조치 1호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오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이 확정돼 만기 복역했다.
지난 7월1일 직권으로 이 사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린 진실화해위는 “긴급조치 위반자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중앙정보부가 오씨를 일주일 동안 감금한 채 수사했고, 실제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경찰관의 도장을 날인해 조서를 작성하는 등 위법을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긴급조치 자체에 대해서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 △죄형 법정주의 △영장주의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와 자유 전반을 제약했다”며 “국가는 대통령의 위헌적 긴급조치 발동, 수사 과정에서의 가혹 행위 등에 대해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갑배 상임위원은 “긴급조치 위반 피해자들이 명예회복을 위해 재심을 청구하고, 그 과정에서 법원 및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발동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을 내리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회 역시 피해자들의 피해 및 명예회복을 위한 입법적 조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긴급조치 제도는 유신 시절 대통령이 국가의 안전보장 등이 위협받을 때 국정 전반에 걸쳐 특별 조처를 내릴 수 있게 한 것으로, 1974년 유신헌법 반대 활동을 일절 금지한 긴급조치 1호부터 유신헌법을 비판하거나 개정 청원한 사람은 영장없이 체포해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한 긴급조치 9호에 이르기까지 9차례에 걸쳐 발동됐다.
진실화해위는 ‘2006년도 보고서’에서 긴급조치 1~9호 위반으로 처벌받은 국민은 1140명이며, 이 가운데 비상군법회의에서 재판받은 긴급조치 1·4호 위반자만도 155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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