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로 서류 꾸며 자격 획득…자녀학자금·취업 혜택
국가유공자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정일권 국가보훈처 차장이 허위로 자격을 꾸며 국가유공자가 된 뒤 자녀들의 학자금과 취업 혜택을 받은 사실이 들통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일 정 차장의 비리가 확실한 것으로 판단해 정무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정 차장은 9일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직을 유지하면, 조직에 누가 될 수 있다며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정 차장은 2004년 6월 자신의 허리 디스크가 공무 중에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공상공무원 국가유공자 자격을 획득한 사실이 감사원 특별조사본부의 감사에서 드러났다. 정 차장은 2004년 4월까지 국가유공자 자격심사·등록을 담당하는 보훈관리국장을 지냈다.
정 차장은 또 자신의 유공자 자격을 토대로 당시 대학 재학 중이던 아들과 딸의 학자금을 전액 지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 차장 자녀들은 대학졸업 뒤엔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국가유공자 가족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채용하도록 한 ‘국가유공자 자녀 고용명령’에 따라 면접 등 전형절차 없이 각각 보증보험회사와 공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차장은 앞서 1999년 보훈처 서울남부지청장 재직시절 사무실 책상을 옮기다 디스크가 악화됐다며 공무원 연금관리공단에 공무중 상해로 인한 요양승인(공상승인)을 신청했으나, 공단 쪽은 업무와 직접 관련성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유공자 등록은 공상 승인보다 훨씬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감사원 당국자는 “정 차장은 사무실 책상을 옮기다가 디스크가 악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책상을 옮긴 사실도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달 안에 감사위원회의를 열어 보훈처에 정 차장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고 자녀들의 입사도 무효화하도록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신승근 기자, 연합뉴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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