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조작의 굿판’ 치우고 ‘진실 규명’에 한발짝 더

등록 2007-11-13 08:12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일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일지
16년만에 ‘강기훈 유서대필’ 감정 번복
노태우정권 사건조작·폭력성 ‘일부확인’ 성과
당시 부장검사 강신욱 전 대법관 조사 불응

1991년 5월부터 1년 남짓 동안 한국 사회 기득권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격론을 벌였다.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의 진실과 성격을 둘러싼 대립이었다.

■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당시 분신 자살한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의 유서를 강기훈 전민련 총무부장이 대필했다고 주장한 정부와 검찰은 “민주화라는 명분 아래 분신 자살을 종용하는 집단”이라며 민주화운동 세력을 공격하고 탄압했다. 이에 민주화운동 세력은 “군사정권이 시위 도중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명지대생 강경대씨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정국 전환을 위해 조작·기획한 사건”이라며 맞섰다.

1890년대 프랑스에서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가 석연찮은 간첩 혐의로 종신형 선고를 받자 에밀 졸라 등 당대의 지성인들이 그를 옹호하며 군부·우익과 대립했던 ‘드레퓌스 사건’의 전개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결국 대법원은 검찰 쪽 주장을 받아들여 강기훈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유서의 필적이 강기훈의 것’이라고 감정한 김형영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서분석실장이 다른 문서 감정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사실 등을 들어 감정 결과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법원은 “이번 사건과는 별개”라며 검찰 손을 들어줬다.

이후에도 진실을 향한 노력은 계속됐다. 사건 발생 14년 뒤인 2005년 인권단체들과 인권 변호사들이 모여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를 꾸렸고, 경찰청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도 이 사건의 진상 규명에 나섰다. 결국 16년 만에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번복됨에 따라 사건 조작과 인권 침해 실태 규명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됐다.

■ 남은 과제=사건 조작을 위한 국가기관의 개입 의혹 등까지 모두 밝혀진다면, 한 시민의 인간성을 송두리째 희생시켜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 한 극단적인 국가 폭력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온전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아직 생존해 있는 수사·재판 관련자들의 진실한 증언이 필수적이다.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으로 이 사건을 맡았던 강신욱 전 대법관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서면 조사에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기훈씨 변호를 맡았던 박연철 변호사는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을 강 전 대법관은 물론 수사검사였던 신상규 광주고검장 등이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명예회복 조처인 재심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원 판결의 증거물과 증언, 감정 등이 확정 판결에 의해 위조됐거나 허위인 것이 증명됐을 때’ 재심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국과수의 새로운 감정 결과는 명백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며 “법원이 법률 해석을 넓게 해 재심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