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경기도 교육청이 김포외고 시험 문제 유출 사건과 관련해 목동 종로엠학원 출신 학생들의 합격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육청 밖에서 기다리던 학부모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수원/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외고 불합격 처분 학부모들 반발 “소송 내겠다”
교육단체들 “외고-학원결탁 안이한 대응” 비판
교육단체들 “외고-학원결탁 안이한 대응” 비판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 사태가 경기도교육청의 대책이 나오면서 일단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불합격 처리된 학생들의 부모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진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도 교육청은 그동안 유출된 문제를 미리 본 합격자는 부정 행위로 간주해 엄단한다는 원칙 아래 파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해 왔다. 결국 김포·안양·명지외고 등 3개 외고에 합격한 목동 종로엠학원 출신 53명과 김포 교복업자의 자녀 1명 등 54명의 합격을 취소하고 재시험을 보는 것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김진춘 도 교육감은 “유출 문제와 관련된 학생들을 불합격 처리 했지만 이들에게도 재시험 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교육적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반계 고교 전형이 끝난 다음달 20일 이전에 54명의 추가 합격자 선발을 위해 재시험을 원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시험이 치러진다. 대상 학생은 김포외고에 응시했다 떨어진 2038명과 안양외고 1203명, 명지외고 912명 등 모두 4153명이다.
하지만 불합격 처분 대상의 학부모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다 전교조 등이 김 교육감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대책이 발표되자 도 교육청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목동 엠학원 출신의 불합격 대상의 학부모 50여명은 “취소하려면 합격증은 왜 주었느냐. 아이들을 생매장하는 것이냐”며 교육청 철문을 붙잡고 오열했다.
학부모 대표 임아무개(48)씨는 도 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 당국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시험 문제를 미리 본 엠학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합격자를 불합격 처리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이번 사건은 교육청과 학교의 관리감독 부실, 학교와 학원의 결탁에서 빚어진 문제”라며 “해당 학생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근거로 △경찰 수사에서 시험지 유출에 따른 학생 또는 학부모의 사전 공모가 확인되지 않은 점 △버스 안에서 배포된 문제지가 유출 문제라는 사실을 학생들이 몰랐던 점 △버스 안에서 해당 문제지를 보거나 보지 않은 학생을 따로 구분해 낸 근거가 없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도 교육청의 대책 발표에 교육단체들도 ‘미봉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이선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부회장은 “학부모로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외고와 학원 사이의 구조적 유착 관계가 속속 드러나는 마당인데, 너무 안이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애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이렇게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넘어가면 제2, 제3의 김포외고 사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최현준 기자 ydhong@hani.co.kr
수원/홍용덕, 최현준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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