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좌우가 버린 민중, 결국 전쟁 가해자 돼”

등록 2007-11-18 18:51수정 2007-11-18 20:53

민중 시각서 한국전쟁 분석한 김경현씨
민중 시각서 한국전쟁 분석한 김경현씨
민중 시각서 한국전쟁 분석한 김경현씨
일제시대 경남 진주 지역에서 활동했던 친일파 3400여명의 행적을 집대성한 <일제강점기 인명록 1-진주 지역 관공리·유력자>를 펴내 지난 2005년 제1회 임종국상을 수상한 김경현(41)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이 두번째 저작을 내놨다. 한국전쟁을 연구·분석한 <민중과 전쟁기억-1950년 진주>(도서출판 선인)가 그것이다.

시기는 바뀌었지만 첫번째에 이어 두번째 저작에서도 연구 대상 지역은 경남 진주이다. 김 조사관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진주는 서부 경남의 대표적인 도시였던데다, 지리산과 가까워 그 어느 지역보다 해방 뒤 좌·우익 대립이 치열했다. 또 인민군이 물러난 뒤에도 토벌대와 빨치산 사이의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제2의 전선지역이었다.”

‘민중과 전쟁기억…’서 ‘최전선’ 진주 톺아
진퇴 거듭하며 피해자서 주체로 내몰려
지학순 주교·이인모씨 등 뒷얘기도 쏠쏠

그는 ‘전쟁과 이념 대립의 최전선’이었던 진주 지역에서의 한국전쟁을 ‘민중의 눈으로’ 바라보는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이른바 미시적인 접근법이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한국전쟁 연구서는 전쟁의 주체인 국가를 중심으로 전쟁의 배경과 기원, 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쟁의 비주체로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여하게 된 시민들이 생존이라는 차원에서 전쟁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국군은 서울에서 퇴각하며 한강철교를 폭파시켰듯 진주에서도 인민군의 남진을 지연시키기 위해 당시 진주 시가지를 연결하는 유일한 콘크리트 교량인 남강다리를 폭파시켜 피난민들의 발을 묶었는데, 인민군도 마찬가지로 후퇴할 때 다리를 파괴해 남아있던 좌익계열과 부역자들을 외면했다”며 “이렇듯 전쟁 초기 민중은 생존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일방적인 피해자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전쟁은 이들을 폭력의 대상이자 주체가 되도록 몰고 갔다”고 말했다. ‘인민군에 함락되기 이전의 보도연맹원 학살→인민군 함락 뒤 좌익 계열의 보복→인민군 패퇴 뒤 우익의 재보복’ 과정을 거치며 민중은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에 이르기까지 김 조사관은 당시 각종 언론 보도와 회고록, 자서전, 인터뷰, 조사서, 편지, 일기, 사진 등 수많은 1차 사료를 섭렵했고, 이는 1270여개에 이르는 방대한 각주로 남았다. 진주를 거쳐 마산으로 피난 생활을 다닌 대학생이었던 지학순 대주교의 증언, 진주 지역을 점령했던 인민군 6사단에서 종군작가·기자로 활동한 김사량과 장기수 이인모의 기사 등도 쏠쏠한 읽을거리들이다.

전남 광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뒤 진주에서 대학을 나오고 <진주신문> 기자 생활을 한 그는 2년 전부터 서울로 올라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조사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