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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 돈다발’ 청와대 법무비서관까지 노렸다

등록 2007-11-19 20:21수정 2007-11-19 22:55

이용철 변호사
이용철 변호사
‘국민운동’, 이 변호사 진술공개
이용철 전 비서관 “500만원 보내와서 돌려줘”
2004년 설 선물 보낸다더니…책 ‘위장’ 뇌물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이용철(47· 사진) 변호사가 청와대 재직시절인 2004년 1월 설 무렵 삼성 쪽으로부터 500만원을 전달받고 되돌려준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60여 시민단체로 이뤄진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은 19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변호사가 직접 작성한 진술내용을 공개했다. 이 변호사의 증언은 삼성그룹이 명절 때 정·관계와 검찰 간부 등에게 500만~2천만원을 건넸다는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국민운동 쪽에 보낸 진술서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보직을 이동한 뒤인 2003년 말 또는 2004년 초께 평소 알고 있던 삼성전자 법무팀 소속 이경훈(45)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와 얼마 후 점심식사를 같이했다”며 이 자리에서 선물을 보내도 괜찮은지 물어 의례적인 것으로 생각해 승낙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후 2004년 1월26일 집으로 배달된 ‘삼성전자 법무팀 이경훈 상무/변호사’ 이름의 선물을 뜯어보고서야 책처럼 포장된 선물이 현금 다발인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엔 폭로해 봐야 중간 전달자인 이경훈 변호사만 쳐내 버리는 꼬리자르기로 끝날 것 같아 후일에 대비해 증거로 사진만 찍어두고 되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1월 말께 이경훈 변호사를 만나 돌려주겠다는 뜻을 전하자 이경훈 변호사가 ‘의례적인 선물일 것으로 알고 명의를 제공한 것이었고, 현금을 선물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매우 죄송하다’고 여러 차례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현금 가득 든 삼성의 책 선물 / 이용철 변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1월 삼성 쪽에서 받은 ‘돈다발이 든 상자’와 이 상자가 담긴 종이가방. 이 변호사는 뒷날을 대비해 이 사진을 찍어놓은 뒤, 이경훈 변호사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제공
현금 가득 든 삼성의 책 선물 / 이용철 변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1월 삼성 쪽에서 받은 ‘돈다발이 든 상자’와 이 상자가 담긴 종이가방. 이 변호사는 뒷날을 대비해 이 사진을 찍어놓은 뒤, 이경훈 변호사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제공

국민운동은 이 변호사가 당시 찍어둔 100만원씩 묶인 현금 다발이 든 상자, 배달자·연락처·발신일자 등이 나타나 있는 발송의뢰서 등의 사진들을 공개했다. 이 사진들을 보면 선물이 담긴 종이가방에는 이경훈 삼성전자 법무팀 상무의 명함이 꽂혀 있고, 책 한 권 크기의 선물 포장지에는 ‘이용철(5)’이라고 적힌 쪽지가 붙어 있었으며, 100만원 단위로 묶인 현금뭉치 다섯 다발이 나와 있다.

국민운동은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통해 밝힌 사실이 단지 한 사람의 주장이 아닌 ‘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뚜렷한 증거의 하나이며, 삼성의 뇌물 제공이 검찰만이 아닌 권력의 중심부에 이르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이 전 비서관에게 돈을 건넸다는 이경훈 변호사는 2004년 6월 퇴직한 뒤 지금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는 것만 확인한 상태”라며 “현재로선 돈을 건넸다는 당사자와 연락이 되지 않아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 수 없어 뭐라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법무·인사 등 관련 부서에 확인한 결과 회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순혁 김회승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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