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특별수사본부장, ‘행담도 사건’ 등 수사 경력
에버랜드 1심때 금융조사부 공소유지 지휘 ‘악연’도
에버랜드 1심때 금융조사부 공소유지 지휘 ‘악연’도
검찰이 19일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수사·감찰본부 설치를 발표한 지 4일 만에 박한철 울산지검장을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검찰에 고발장을 낸 지 13일 만에 수사가 첫 단추를 끼우게 된 것이다.
정상명 검찰총장으로부터 수사팀 구성과 운영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은 박 지검장은 이날 2~3일 안에 수사팀 인선을 마무리짓고 수사계획 등을 구상해 되도록 신속히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주초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 본부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2005년 유전 게이트와 행담도 사건 등 참여정부의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한 경력이 있다. 특히 유전 게이트 수사 때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이광재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이 의원과 이기명 전 노 대통령 후원회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까지 참고인으로 소환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검찰이 당시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박 본부장은 삼성과 ‘악연’도 있다. 2005년 삼성 에버랜드 사건의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됐을 때, 당시 금융조사부의 공소 유지를 지휘했다. 박 본부장은 이 판결 직후 이건희 회장 등 나머지 피고발인에 대한 추가 수사도 지휘하다가 후임인 이인규 대전고검 차장에게 넘겼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보다 4기수나 아래인데다, 임 내정자와 대학 동기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참여연대는 박 본부장 임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친분과) 전혀 관계 없다. 직무 관계로 일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애초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은 임 내정자를 상대적으로 덜 의식하는 고검장급 이상의 고위 간부가 임명될 것으로 점쳐졌다. 임 내정자와 사시 동기인 19회나 20회 출신 인사들이 주로 거론됐으나, 제안을 받은 인사들은 대부분 “검찰 내부를 겨냥한 수사는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본부의 수사팀 규모는 검사만 10여명에 이르고, 대검이 아닌 서울중앙지검이나 서울고검, 또는 서울지역의 지검에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별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들 가운데 삼성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검사들을 선발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실력도 있으면서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사들을 선발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 인선과 관련해서는 2002년 대선 불법자금 수사 때 삼성 쪽을 담당해 삼성의 무기명 채권을 추적하는 등 성과를 올린 남기춘(48·사시25회) 서울북부지검 차장과, 삼성 에버랜드 사건 공소 유지와 추가 수사를 담당한 이원석(39·사시37회) 수원지검 검사의 합류 여부가 주목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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