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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 돈다발 전달 명의자 이경훈 변호사 사흘째 ‘잠적’

등록 2007-11-21 20:46

대학동기 “상당히 힘들어 해”
삼성 “연락 시도중” 대답만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대한 삼성그룹의 500만원 뇌물전달 사건에서 전달 명의자인 이경훈 전 삼성전자 상무는 미국 워싱턴의 한 법률회사에 근무 중이지만, 20일(현지시각) 현재 잠적한 상태다. 이 전 비서관의 폭로 뒤 자취를 감춘 그는 서울 등과 접촉하며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상무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한 대학동기는 20일 “(이 전 상무가) 상당히 힘들어 하고 있다”며 “멀지 않아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변호사인 이 전 상무가 계속 피해다닐 수는 없을 것이고, 결국 본인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상무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법률회사의 워싱턴 사무소에서 근무해 왔다. 이 전 비서관의 폭로 직후인 19일 오전 사무실에 잠깐 모습을 드러낸 뒤 언론 등 외부와 접촉을 끊었다. 그는 회사에는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상무가 일하는 법률회사는 100년 역사가 넘는 미국 유수의 대형 법률회사 가운데 하나다. 그는 이 회사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정식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들과 포항제철, 정보통신부, 한국통신 미국지사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이 회사는 한국 쪽 법률자문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 기업들과 일한 경험이 있는 한국 변호사들을 영입했다. 이 전 상무는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아, 퇴사 이후에도 삼성 쪽과 계속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ㅊ사의 홈페이지는 이 전 상무의 전문 분야가 인수합병과 조인트벤처, 구조조정 등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전 상무는 삼성 근무 시절인 1998년 하버드대에서 법학대학원 과정을 마쳐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땄고, 2004년 삼성을 그만둔 다음해 듀크대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2006년 워싱턴으로 직장을 옮겨 버지니아주 매클린에 거주하면서, 한달에 한두 차례 논문 관련으로 듀크대를 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그룹 쪽은 이 전 상무의 소재에 대해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는 답변만 사흘째 되풀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21일 “북미 현지 법인 등 연락 가능한 루트를 동원해 그와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득이 없다”며 “우리는 이 전 상무가 퇴직 이후 근무하고 있다는 워싱턴의 법률회사와 법률 거래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김회승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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