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지역 도서관개설 지원하는 김수연 목사
[이 사람들의 희망만들기] 소외지역 도서관개설 지원하는 김수연 목사
“여기 마을 도서관 개설 요청서가 있습니다. 앞으로 책 많이 읽으실거죠?”
지난 24일, 사단법인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의 대표인 김수연(62) 목사의 우렁찬 목소리가 68명의 어린이들이 꿈을 키우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초등학교 강당에 울려퍼졌다. 볼이 발그레한 어린이들과 바쁜 농삿일을 제쳐놓고 강당에 모인 주민들은 큰 목소리로 “예~!”라고 화답했다. 이날 토산초등학교에 설치된 마을 도서관인 ‘옥토 문고’가 문을 열었다.
87년부터 사재털어 만든 도서관 전국 90여개
“선진국 비결은 독서…한국 독서문화 아쉬워” 지난해 학교 복도 한켠에 학교 도서관이 들어섰지만 읽을 책이 모자랐다.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과 검색 포털 네이버가 2000여권이 넘는 책을 지원하면서 도서관이 재탄생했다. 낮에는 학생들이, 밤에는 주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어 ‘마을 도서관’이 됐다. 김 목사는 87년부터 사재를 털어 산간벽지 마을을 돌아다니며 책을 나눠주기 시작하다 91년부터 마을 도서관 개설 지원에 나섰다. 한때 마련한 자금이 다 떨어져 산으로 들어갔던 김 목사는 자신을 찾아온 네이버와 2005년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 평균 3000여권의 책을 지원한 마을 도서관이 전국 곳곳에 90여개가 넘는다. 이번 토산초교에 마련된 마을 도서관은 네이버가 책을 지원한 42번째 도서관이다. 김 목사는 원래 1975년 충주 문화방송을 시작으로 동아방송, 한국방송공사를 거친 기자 출신이다. 겉으론 화려했지만 실생활은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10여년간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일곱살짜리 아들까지 가스레인지를 켜다 화재로 숨졌어요. 이런 일들이 제 삶을 뒤돌아보게 했지요. 회개하는 마음으로 목사가 됐습니다.” 김 목사는 남은 삶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일로 책 지원을 택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잘 살기 위해 ‘돈’을 외쳤지만 선진국에 가보니 잘 사는 비법이 책에 있었다”며 “문화 생활이 취약한 산간 벽지나 섬마을의 초등학교에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개설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김 목사는 나름의 기준을 두고 지원을 하고 있다. “우선 책이 들어갈 공간이 있어야 하고 학생들뿐 아니라 주민들도 독서에 대한 열의가 있어야 합니다.” 김 목사는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국내의 독서 문화가 안타깝다고 한다. “창업이나 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되는 독서량은 부족합니다. 언론은 주로 책 소개와 특징만을 이야기하는데,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와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현실 등을 짚어주었으면 합니다.” 제주/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선진국 비결은 독서…한국 독서문화 아쉬워” 지난해 학교 복도 한켠에 학교 도서관이 들어섰지만 읽을 책이 모자랐다.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과 검색 포털 네이버가 2000여권이 넘는 책을 지원하면서 도서관이 재탄생했다. 낮에는 학생들이, 밤에는 주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어 ‘마을 도서관’이 됐다. 김 목사는 87년부터 사재를 털어 산간벽지 마을을 돌아다니며 책을 나눠주기 시작하다 91년부터 마을 도서관 개설 지원에 나섰다. 한때 마련한 자금이 다 떨어져 산으로 들어갔던 김 목사는 자신을 찾아온 네이버와 2005년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 평균 3000여권의 책을 지원한 마을 도서관이 전국 곳곳에 90여개가 넘는다. 이번 토산초교에 마련된 마을 도서관은 네이버가 책을 지원한 42번째 도서관이다. 김 목사는 원래 1975년 충주 문화방송을 시작으로 동아방송, 한국방송공사를 거친 기자 출신이다. 겉으론 화려했지만 실생활은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10여년간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일곱살짜리 아들까지 가스레인지를 켜다 화재로 숨졌어요. 이런 일들이 제 삶을 뒤돌아보게 했지요. 회개하는 마음으로 목사가 됐습니다.” 김 목사는 남은 삶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일로 책 지원을 택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잘 살기 위해 ‘돈’을 외쳤지만 선진국에 가보니 잘 사는 비법이 책에 있었다”며 “문화 생활이 취약한 산간 벽지나 섬마을의 초등학교에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개설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김 목사는 나름의 기준을 두고 지원을 하고 있다. “우선 책이 들어갈 공간이 있어야 하고 학생들뿐 아니라 주민들도 독서에 대한 열의가 있어야 합니다.” 김 목사는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국내의 독서 문화가 안타깝다고 한다. “창업이나 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되는 독서량은 부족합니다. 언론은 주로 책 소개와 특징만을 이야기하는데,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와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현실 등을 짚어주었으면 합니다.” 제주/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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