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가 26일 공개한 ‘참여연대, 법조인 네트워크 현황’이라는 제목의 문서. 이 문서에는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의 출신 지역·학교·사시 기수 등이 적혀 있다. 또 이들의 사법연수원 동기·친구·대학 동문의 출신 지역·학교·사시 기수 등도 적혀 있다.
시민단체 변호사 ‘인맥지도’ 공개
김변호사 “유사시 대비 구조본서 준 것”
“내부인사 동원 ‘핵심 공직자’ 따로 관리” 김용철 변호사는 26일 “삼성은 정치인·언론인·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항상 동향을 파악하고 있으며, 유사시 매수·회유하기 위해 평소 중요 인사에 대해 접촉할 수 있는 인맥관리 명단을 작성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례로 참여연대 안의 모든 변호사에 대해 인맥지도가 있다”며 ‘참여연대, 법조인 네트워크(Network) 현황’(2002년 1월10일 작성) 문건 일부를 공개했다. 이 문건을 보면, 참여연대 김아무개 변호사와 인연이 있는 법조인 115명이 △핵심 지인(판사 3명·검사 8명) △사시동기(판사 11명·검사 7명) △대학 동기(판사 3명·검사 1명) △대학 동기±5년 (판사 66명·검사 16명) 등으로 나뉘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참여연대 김 변호사는 삼성전자 소액주주 소송 등 삼성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주도한 인물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구조조정본부 기획팀 대외협력 쪽에서 변호사 중에 친기업적이고 친삼성적인 우군을 구성해 달라고 했지만 몇 년 동안 꿈쩍도 하지 않자, 참여연대의 ‘핵심’(변호사)에 대해 대학과 고교, 지역별로 접근 가능한 인맥이 정리된 책자를 전달했다”며 “이것은 제대로 관리하라고 저한테 지시된 문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을 처박아 놓고 활동을 안 했는데, 이번에 자료들을 뒤집어 보니까 나왔다”고 덧붙였다. ‘인맥 해부’를 당한 당사자인 참여연대 김 변호사는 “아는 법조인들을 통해 특별히 삼성 쪽 로비나 부탁을 받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용철 변호사는 “정말 영향력 있는 공직자는 핵심 지인 리스트를 토대로 내부 인사가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방식으로 관리한다”며 “예를 들어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바둑과 골프를 좋아해, 삼성 계열사 정아무개 사장이 바둑도 좋아하고 골프도 핸디 1 수준이어서 접촉을 하도록 했는데, 이런 리스트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전 총장은 “정 사장을 비롯해 삼성의 어떤 사람으로부터도 총장 재직 때 일체의 청탁을 받거나 업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 사장은 대학 때부터 바둑 관계로 아는 사람으로, 1년에 한두 차례 바둑을 둔 게 전부고 총장이 된 뒤에는 둔 적이 없다”며 “골프는 일선에 근무할 때 딱 한 차례 쳤는데, (골프) 수준이 안 맞아서 그 뒤로는 안 쳤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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