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국과수 공식통보 못받아”
검찰과 경찰이 10대 정신지체 여성 노숙인을 영아유기혐의로 구속했다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혐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는데도 열흘 만에야 풀어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7일 아시아인권위원회(AHRC)와 경기복지시민연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수원지검과 수원남부경찰서는 지난 5월31일 수원역에서 노숙을 하던 여성 장애인 조아무개(18·정신지체2급)양을 수원 도심 한 빌딩에서 숨진 채 발견된 영아를 살해해 유기한 혐의로 체포해 6월3일 구속했다가 12일 만에 무혐의로 석방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조양이 구속된 지 이틀 뒤인 6월5일 조양과 아기의 유전자(DNA)가 다르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검사 결과를 구두로 통보받았다. 검·경은 그러나 ‘전화 통지만으로는 석방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계속 구속했다가 국과수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고 나서야 조양을 무혐의 석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들은 “유전자가 다르다는 통보에도 불구하고 계속 구속한 것은 수사기관의 편의주의이며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인권위원회의 진상 규명 요구를 받고 조사에 나선 대검은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담당 검사에게 법적 혹은 징계조처를 하고 피해자에게는 보상하겠다”는 답변서를 지난 15일 아시아인권위원회에 냈다.
지난해 초부터 집을 나와 노숙을 해온 조양은 경찰에 구속됐다가 풀려난 이후 지난 9월부터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이다. 경기복지시민연대 선지영 간사는 “구속 과정에서 지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조양이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다 나중에는 시인했다”며 “구속 당시의 충격으로 불안해 하는 등 후유증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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