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시사저널> 단독보도… “파리 외곽서 분쇄기에 넣어 닭모이로 처리”
“우리는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을 1979년 10월7일 밤 파리 시내의 한 카지노 근처 레스토랑에서 납치했다. 김형욱이 한국 여배우 ○○○씨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에 레스토랑 입구를 지키고 있다가 그 여배우가 보낸 안내자 행세를 하며 납치하는 데 성공했다. 캐딜락 승용차 안에서 김형욱을 마취시킨 다음 밤 11시께 파리시 서북 방향 외곽 4km 떨어진 외딴 양계장으로 가서 분쇄기에 그를 집어넣어 닭모이로 처리했다.”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을 직접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당시 중앙정보부 특수공작원 출신 암살조장의 진술을 받아냈다고 시사 주간지 <시사저널>이 보도했다. 김 전 부장 실종사건은 지난 26년 간 추측과 주장만 나왔을 뿐 실체가 베일에 싸여 있었으며, 살해행위를 자처하는 인물의 인터뷰 보도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사저널은 11일 808호 표지이야기로 “김형욱 전 부장이 파리에서 실종된 지 25년 만에 김형욱 부장을 처치했다고 털어놓은 현장 암살 실행조를 찾아냈다”며 “그의 정체는 중앙정보부가 양성한 특수 비선 공작원 이아무개씨로 당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파견되어 특수 암살 훈련을 받은 곽아무개씨와 한 조가 되어 김형욱을 암살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79년 박 전 대통령 만나 술잔 받아…암살계획은 밑에서 스스로 세운 것” 이씨는 또 1979년 초 청와대 별관으로 불려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술잔을 받고 김 전 부장의 행동을 통탄하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으나, 박 전 대통령의 ‘살해 지시설’은 부인했다. 이씨는 “박 대통령이 술을 따라 주며 그냥 ‘나쁜 놈이로구나. 내가 믿었던 김형욱 이 놈이 나쁜 놈이로구나’라고 통탄하셨다”며 “그러나 밑에서 꾸미는 일은 우리 스스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시사저널은 전했다. 이씨는 김 전 부장 암살계획의 지휘계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간지는 덧붙였다. 이씨는 파리 외곽의 양계장을 살해장소로 택한 것과 관련해 “프랑스 정보기관은 세계 제2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소수정예조직”이라며 “프랑스 경찰과 정보당국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완전무결한 방법을 찾다가 양계장 분쇄기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김형욱을 살해한 이유와 관련해 “정보총책임자인 김형욱이 함부로 떠드는 것을 막아야 했다. 국가의 정보 총책임자가 함부로 정보를 누출하고 그 정보를 돈을 주고 팔겠다고 하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씨는 김형욱을 살해할 당시의 심정에 대해 “우리는 교수대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집행인의 심정으로 그를 분쇄기에 처리했다”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그는 사라져 줘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행동했기 때문에 다른 감상이란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이씨가 김형욱 사망과 관련해 처음 입을 연 때는 지난해 10월 하순이었으나 그 때는 전언 형식으로 말했다”며 “그러나 ‘무덤에 갈 때까지 비밀로 해야 할 문제’라며 말을 꺼렸던 이씨가 설득 6개월 만에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암살 가담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덧붙였다.
시사저널 “이씨의 ‘유인조 여배우는 최지희’ 주장은 사실과 달라”
한편 시사저널은 김형욱 사건과 관련해 유인조 여배우는 이씨의 진술처럼 최지희씨가 아니라 제3의 인물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은 수소문 끝에 만난 최씨가 “김형욱씨를 만나러 파리로 간 여배우는 내가 아니라 다른 여배우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최씨가 자기와 또 다른 여배우 아무개씨, 김형욱 정보부장, 박동선씨, 박종규 경호실장, 박정희 대통령 사이에 얽힌 비화를 털어놓았다고 소개했다.
최씨는 인터뷰에서 “김형욱 정보부장 시절에 내가 그 여배우를 박정희 대통령과 엮어주었는데 김형욱 정보부장이 가로챘다. 나중에 김형욱씨가 미국으로 망명한 뒤 그녀로부터 고통을 호소하는 편지를 받았다”며 “그 여배우가 그 무렵 파리를 자주 오갔는데, 김형욱이 도와줘서 어느 정도 살게 돼 은혜를 잊을 수 없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시사저널> “김형욱은 내가 죽였다” 바로가기
“79년 박 전 대통령 만나 술잔 받아…암살계획은 밑에서 스스로 세운 것” 이씨는 또 1979년 초 청와대 별관으로 불려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술잔을 받고 김 전 부장의 행동을 통탄하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으나, 박 전 대통령의 ‘살해 지시설’은 부인했다. 이씨는 “박 대통령이 술을 따라 주며 그냥 ‘나쁜 놈이로구나. 내가 믿었던 김형욱 이 놈이 나쁜 놈이로구나’라고 통탄하셨다”며 “그러나 밑에서 꾸미는 일은 우리 스스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시사저널은 전했다. 이씨는 김 전 부장 암살계획의 지휘계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간지는 덧붙였다. 이씨는 파리 외곽의 양계장을 살해장소로 택한 것과 관련해 “프랑스 정보기관은 세계 제2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소수정예조직”이라며 “프랑스 경찰과 정보당국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완전무결한 방법을 찾다가 양계장 분쇄기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김형욱을 살해한 이유와 관련해 “정보총책임자인 김형욱이 함부로 떠드는 것을 막아야 했다. 국가의 정보 총책임자가 함부로 정보를 누출하고 그 정보를 돈을 주고 팔겠다고 하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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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살해’-‘국내 살해’ 엇갈리는 추측과 주장들
<월간조선> “현지 조폭이 살해 뒤 주검 처리” 보도
김 전 부장 며느리 등 “한국으로 끌려와 피살” 주장 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행적이 사라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해서는 최근 ‘현지 살해설’과 ‘국내 살해설’ 등 크게 두 가지로 추측과 주장이 엇갈려 왔다. <월간조선>은 올 3월호에서 김 전 부장이 프랑스 유학생으로 위장한 중앙정보부 요원에 의해 파리로 유인돼 1979년 10월7일께 현지 조직 폭력배에 의해 살해됐으며, 주검은 현지 조폭에 의해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월간조선은 복수의 중정 고위간부 출신 인사와 <김형욱 회고록>을 대필한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그러나 유학생 위장 중정 요원을 접촉한 결과 그는 이 사실의 확인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월간조선은 또 미국 뉴저지에 머물고 있는 김형욱을 파리로 유인하는 데는 한 여성 연예인이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월간조선의 보도는 이번 <시사저널> 보도와 같이 ‘현지 살해설’을 펴고 있고, 여성 연예인이 등장하는 대목도 일치하지만, 현지 유인책과 직접 살해자는 시사저널과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한편 월간조선은 당시 중정 해외담당 차장이었던 윤일균씨가 “1978년 11월말께 직접 뉴저지의 김 전 부장 집을 찾아가서 3일간 담판한 끝에 50만달러를 주고 회고록 원고를 받아왔으나, 김 전 부장이 약속을 깨고 1979년 4월 일본에서 회고록을 펴내는 바람에 발간 저지 공작은 끝이 났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 전 부장의 국내 살해설은 지난달 김 전 부장의 맏며느리인 김경옥씨가 “시아버지는 파리가 아닌 서울에서 피살됐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김씨는 YTN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남편이 누구로부터 들었던 것”이라며 구체적인 납치와 사망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경재 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 전 부장이 청와대에서 살해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송진섭 현 안산시장으로부터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실로 끌려온 김 전 부장을 사살하려고 하자 차지철 경호실장이 총을 낚아채서 대신 처형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며 “송 시장은 민주화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수감 중일 때 영화 ‘그 때 그 사람들’의 주역인 박선호 대령으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이런 내용을 전해들은 뒤 주변 다른 증인들을 통해 정황조사를 했고, 그들이 누구인지는 책을 통해 밝히겠다”면서도 “그러나 김 전 부장을 산 채로 서울까지 끌고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파리에서 살해됐다는 데 무게를 두고 정보를 열심히 추적해 많은 근거를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형욱을 살해했을지도 모르는 국제적인 범죄조직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유력한 정치인이 1979년 10월25일에 박 전 대통령과 접촉을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실종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온갖 소문과 추측이 떠돌았으나 당국의 공식적인 확인이나 구체적인 증거 발굴은 없었으며, 국정원의 ‘과거사건 질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위원장 오충일 목사)의 과거사 7건에 포함돼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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