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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홀로서기 공부 4년…드디어 ‘사장님’

등록 2007-12-02 21:27

인천 용현시장의 재활용품 판매장 ‘생활나눔터’의 직원들이 거둬 온 옷가지 등 물품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인천 용현시장의 재활용품 판매장 ‘생활나눔터’의 직원들이 거둬 온 옷가지 등 물품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인천 자활공동체 ‘생활나눔터’ 첫 졸업생 배출 눈앞
재활용품 판매 2호점 열어
6개월간 2명에 ‘자립 시험’
“기초생활수급자 벗어나야죠”

“대표님들, 퇴근합시다.”

지난달 27일 저녁 7시께 인천 용현시장 안에 있는 스무 평 남짓 되는 재활용품 판매장 ‘생활나눔터’. 모두가 기초생활수급권자인 직원 8명이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를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맏언니 최아무개(52)씨는 “모두 자립해 자기 가게를 갖게 될 사람이니 서로를 ‘대표’라고 부르고 있다”며 “우리 매장은 물품도, 사람도 모두 재활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파트 단지나 서울 동대문 시장 등에서 의류와 가전제품 따위를 거둬 와서 팔고 있다. 지난 2003년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 인천남부지역 자활센터가 인천남구청 소유의 매장을 빌려 생활나눔터를 설립했고, 자활·자립에 뜻이 있는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의 신청을 받아 이들 8명을 선발했다.

인천 용현시장에 자리한 재활용품 판매장 ‘생활나눔터’ 바깥에도 옷이 깔끔하게 진열돼 있다.
인천 용현시장에 자리한 재활용품 판매장 ‘생활나눔터’ 바깥에도 옷이 깔끔하게 진열돼 있다.
처음 2년 동안은 물품 확보가 어려워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지난해부터는 하루 평균 15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나눔터 2년차로 ‘대표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최재영(48)씨는 “가장 비싼 품목인 겨울 외투가 5천원, 교복이 3천원인 점을 생각하면 15만원은 괜찮은 벌이”라며 “바지 한 벌에 1천원씩 팔아서 8명 모두가 자립한다고 생각하면 어떤 물건도 허투루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옷 1천 벌 가량을 수거해 오면 매장에서 100벌 가까이 팔고, 나머지는 동남아로 수출한다.

12월 중순께면 생활나눔터 설립 뒤 처음으로 자립하는 가게가 문을 연다. 맏언니인 최씨와 막내인 차아무개(38)씨가 인천 주안역 인근 신기시장에서 생활나눔터 분점을 6개월 동안 시범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최씨는 앞이 보이지 않는 남편과 대학생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다방 계산대를 지키는 일부터 보험설계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는 “아들이 내년에 대학을 졸업하는데, 나도 여기서 터를 잡아 기초생활수급권자를 ‘졸업’하는 게 작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차씨는 남편이 인천의 한 공장에서 손을 잃고 두 딸을 키워 오다가 2004년부터 생활나눔터에서 일해 왔다.


이들은 6개월 동안 임대료 80만원과 하루 급여 3만1천원을 보건복지부에서 지원받다가 6개월 뒤 자립에 성공하면 일체 지원이 없어지는 대신, 수익을 두 사람이 가져간다. 일종의 ‘자립 시험’인 셈이다. 자립 시험을 먼저 치르게 된 두 명은 8명 모두가 참여한 회의를 통해 뽑았다.

박아무개(48)씨는 “남은 여섯 명도 준비가 되는 대로 자립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으니 급할 것 없다”며 “외환위기로 사업이 망한 뒤 빌딩 청소일을 했지만 노는 날이 많아 기초생활수급권자 생활을 면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 당장은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울 게 없다”고 말했다.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는 생활나눔터 분점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면 나머지 6명에게도 자립할 기회를 주고, 자활공동체의 규모도 더 늘려갈 계획이다.

글·사진 하어영 기자, 박수진 영상미디어팀 피디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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