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15층 주상복합 화재 구조상황
물수건 연기 막고…페트병에 위치 적어 구조요청
안양 15층 주상복합 화재…1명 화상·4명만 입원
안양 15층 주상복합 화재…1명 화상·4명만 입원
수백명이 살고 있는 15층 짜리 주상복합건물에서 불이 났지만 소방관들의 신속한 구조활동과 침착한 주민들의 기지가 대형 참사를 막았다.
3일 오후 8시35분께 경기 안양시 동안구 범계동 317 가구가 입주한 지하 5층, 지상 15층 짜리 ㅎ주상복합건물(연면적 3만2362㎡) 2층 중국음식점에서 불이 났다. 곧바로 유독가스가 복도를 타고 15층까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긴급 출동한 200여명의 소방관들은 비록 센 불길이지만 인력과 장비 상태로 보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주민들에게 “집에서 나오지 말고 대기하라”고 여러 차례 방송했다. 고층 건물에서 불이 날 경우 연기나 유독가스가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이른바 ‘굴뚝 효과’에 의한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다.
당시 건물 안에 있던 300여명 가운데 100여명의 주민들은 이런 경고 방송을 듣고 물수건 등으로 문틈 등을 막아 유독가스를 차단하고 기다리다 119구조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또 13층 이상에 사는 주민 60여명은 계단을 통해 유독가스가 퍼지기 전에 옥상으로 대피했다 불길이 잡힌 뒤 내려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7층에 사는 한 주민은 소방관들에게 자신의 방 번호와 휴대전화 번호 등을 적은 종이를 테이프로 붙인 페트병을 던져 구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상당수 주민들도 친척과 친구들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호수를 알려줘 소방관들이 쉽게 구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불은 1~2층 2894㎡와 차량 10여대를 태우고 1시간40여분 만에 꺼졌다. 주민 19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명이 화상을 입고 4명이 입원치료를 받았을 뿐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안양소방서 주원장 진압대장은 “고층 건물의 경우 화재 대피는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소방관들의 지시를 주의 깊게 들은 주민들의 침착한 행동으로 대형 화재참사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중국음식점 주방 튀김가마솥에 담겨 있던 기름에 가스레인지 불이 튀며 불이 났다는 음식점 관계자 등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안양/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안양/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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