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없는데도 고객정보 맘대로 제공·요구
금융기관들이 예금주의 동의나 영장없이 ‘수사상 필요하다’는 요청만으로 경찰에게 고객들의 금융거래정보를 수시로 제공해온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채석현 검사는 11개 고객 계좌의 금융거래정보를 경찰관에게 불법으로 제공한 혐의(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경기 성남지역 8개 금융기관 직원 12명을 적발해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해 제공받은 혐의로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3개 경찰서 경찰관 5명을 적발해 경기지방경찰청에 통보했다.
검찰 조사 결과, ㄱ은행 성남지역 부지점장은 지난 7월 성남지역 한 경찰관이 “보이스피싱(전화사기) 사건 수사에 필요하다”며 용의자의 거래내역과 인적사항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하자 압수수색영장 없이 거래정보 등을 제공했다. 또 ㄴ금융기관 한 직원은 같은달 경찰관이 “현금인출기를 통한 절도사건을 수사한다”며 사건발생시간대 예금거래 정보를 요구하자 고객들의 금융거래 자료를 고스란히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금융기관은 지난 9월 ‘콜센터’를 통해 경찰관이 특정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자 전화로 이를 알려주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이 범죄 수사 및 협조 과정에서 법령을 어긴 점을 참작해 입건하는 대신 소속 기관과 감독기관에 통보해 징계를 요구했다. 현행 법은 금융기관 종사자가 명의인(예금주)의 서면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않고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자료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누설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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