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저널 보도
1979년 실종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중정 비밀요원에 의해 마취된 채 파리 근교 양계장 사료분쇄기를 통해 살해됐다고 11일 나온 <시사저널>이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당시 중앙정보부 소속 특수 비선 공작원이었다는 이아무개씨는 “79년 10월7일 밤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함께 파견돼 특수 암살훈련을 받은 곽아무개씨와 한조가 되어 김 전 부장을 마취해 납치했다”며 “김 전 부장을 머리부터 분쇄기에 집어넣었고, 김 전 부장은 잠시 뒤 흔적도 없이 분쇄돼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닭 모이로 공급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현재 한국에 있으나 곽씨는 국외에 거주하고 있다고 시사저널 쪽이 전했다.
이씨는 또 “그날 파리 시내 한 카지노 근처 레스토랑에서 김 전 부장을 마취한 뒤 납치했다”며 “김 전 부장은 한국 여배우 최아무개씨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이 레스토랑에 찾아왔다”고 밝혔다. 자신은 실행조였고, 유인조는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김형욱 회고록을 집필한 김경재 전 의원이 “김 전 부장은 미모의 여배우로부터 편지를 받고 홀로 파리로 건너갔다가 실종됐다”고 주장해온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이씨는 여배우 최씨에 대해 “김 전 부장을 유인하기 위해 동원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김 전 부장의 살해에 이용된 사실은 모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사저널은 최씨가 이런 역할을 한 연예인은 따로 있다며 자신의 개입을 부인했다고 썼다.
이씨는 또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79년 초의 어느날 밤에 청와대 별관으로 불려갔다”며 “박 대통령이 술을 따라주며 ‘나쁜 놈이구나. 내가 믿었던 김형욱 이놈이 나쁜 놈이로구나!’고 통탄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이씨가 ‘국정원 안에 꾸려진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는 신뢰하지 않아, 아직 위원회의 활동에 협조할 뜻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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