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채 설치돼 있는 강원도 강릉의 한 액화가스충전소의 모습. 산불이 나면 불이 옮아 붙어 폭발 가능성이 크다. 강릉/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화기취약 시설물 안전규정 없어 대형사고 우려
최근 몇 년 사이 대규모 산불이 빈발하며, 숲 근처 건축물들이 산불에 휩싸이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고압가스저장소처럼 불에 폭발하기 쉬운 시설들이 숲 근처에 설치되고 있으나, 설치 기준에 산불 발생 가능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산불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큰 것이다.
고압가스 등의 저장·충전·판매소의 시설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과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규칙,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 등에는 일단 폭발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변 시설물들과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폭발 등 위험한 상황을 불러올 수 있는 산불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거리 규정은 없다.
다만, “시장·군수나 (국유림)관리소장은 필요한 경우 산불 발생 때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내화수종으로 방화수림대를 조성할 수 있다”고 명시한 산불관리통합규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산림청의 ‘훈령’에 불과하다. 사유재산권을 제약할 수 있는 방화수림대 조성을 강제할 수단이 되지 못한다.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조차 불에 취약한 시설물들이 대비책 없이 숲 근처에 들어서 있다. 7호선 국도에 붙어 있는 강릉시 액화석유가스 저장시설이 대표적인 예다. 이 시설은 앞쪽을 제외한 3면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더구나 저장탱크에서 20~3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언덕 위에 산불이 잘 붙는 소나무숲이 우거져 있다.
김광일 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소나무가 탈 때는 소나무 높이의 반 정도 되는 반지름의 화염이 발생한다”며 “가스저장탱크가 화염에 직접 닿지 않더라도 복사열에 의해 저장탱크 내부 압력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장탱크와 소나무는 소나무 높이의 2.5배 가량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계산은 풍속이 제로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어서, 산불 때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을 고려하면 그 몇 배 이상의 안전거리가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영 삼척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이번에 낙산사 화재를 계기로 숲 속에 설치돼 있는 각종 시설물들의 안전대책을 재점검하고, 산불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변에 완충지대와 방화수림대 조성 등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조선시대 이미 방화선 있었다 종묘등 주요 시설물 보호 지혜 엿보여 우리 조상들은 이미 수백년 전부터 방화선과 방화수림대를 설치해 산불이 사람이 사는 곳으로 번지는 것에 대비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강영호 박사는 11일 “조선시대의 각종 기록물을 보면 종묘, 궁궐, 성곽 등 주요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방화선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인 재난관리를 한 사실이 많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방화선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550여년 전의 <광릉지>에서 발견된다. 여기에 광릉과 그 주변 숲을 보호할 목적으로 방화선을 설치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대전회통>에는 중종 때 종묘 담장 밖에서 발생한 불이 종묘 안쪽의 소나무 숲에 옮겨 붙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 종묘 담장 인근에 있는 화재 위험이 높은 소나무들을 모두 베어내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한양 성곽의 성벽을 기준으로 성 안쪽으로 9m, 바깥쪽으로는 18m 이내에 소나무가 밀생하여 자랄 경우 모두 베어버리도록 했다는 구절도 있다. 강 박사는 이러한 조처에 대해 소나무가 다른 나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화재에 약한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강 박사는 “이런 역사적 사실들은 우리 선조들의 산불 예방기술이 생각보다 빨랐다는 것을 드러내 주는 것”이라며 “선조들이 이런 지혜를 지역 실정에 알맞은 내화수림대 조성 등으로 발전시켜 대형화하는 산불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양양주민들 “관광 제발 많이 오세요”
“양양 산불 피해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쌀과 라면이 아닙니다. 관광입니다.”
강원도 양양군민들은 지난 겨울 주말마다 계속된 폭설로 관광객 감소의 고통을 받았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봄철 어한기와 이번의 산불까지 이어졌다. 특히 주민들은 이번 산불로 동해안의 대표적 관광지인 낙산도립공원 일대가 불에 타자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을까 애를 태우고 있다.
실제 지난 일요일인 10일 국립공원 설악산을 찾은 관광객은 3998명에 불과했다. 그 전 주 일요일(3일)에는 6867명이 찾았다. 양양군과 붙어있는 속초시 대포항 횟집밀집지역의 주차장에 들어온 관광객 차량도 급감했다. 산불이 나기 전인 3일 2782대였으나 산불 이후인 10일에는 679대에 그쳤다.
낙산사 인근 잡화점의 박아무개(45)씨는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종전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루 30여만원의 매상을 올렸으나 불이 난 뒤에는 24시간 가게 문을 열어놓아도 하루 매상이 8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횟집 주인 심아무개(35)씨도 “재난지역에 놀러가면 복구작업 등에 방해가 될까봐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도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관광지나 상가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피해를 입지 않은 만큼 양양군민들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되도록 많이 양양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춘천/김종화 기자 kimjh@hani.co.kr
조선시대 이미 방화선 있었다 종묘등 주요 시설물 보호 지혜 엿보여 우리 조상들은 이미 수백년 전부터 방화선과 방화수림대를 설치해 산불이 사람이 사는 곳으로 번지는 것에 대비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강영호 박사는 11일 “조선시대의 각종 기록물을 보면 종묘, 궁궐, 성곽 등 주요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방화선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인 재난관리를 한 사실이 많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방화선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550여년 전의 <광릉지>에서 발견된다. 여기에 광릉과 그 주변 숲을 보호할 목적으로 방화선을 설치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대전회통>에는 중종 때 종묘 담장 밖에서 발생한 불이 종묘 안쪽의 소나무 숲에 옮겨 붙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 종묘 담장 인근에 있는 화재 위험이 높은 소나무들을 모두 베어내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한양 성곽의 성벽을 기준으로 성 안쪽으로 9m, 바깥쪽으로는 18m 이내에 소나무가 밀생하여 자랄 경우 모두 베어버리도록 했다는 구절도 있다. 강 박사는 이러한 조처에 대해 소나무가 다른 나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화재에 약한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강 박사는 “이런 역사적 사실들은 우리 선조들의 산불 예방기술이 생각보다 빨랐다는 것을 드러내 주는 것”이라며 “선조들이 이런 지혜를 지역 실정에 알맞은 내화수림대 조성 등으로 발전시켜 대형화하는 산불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양양주민들 “관광 제발 많이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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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외교일뿐” 일본 네티즌도 온정
“한국과 일본 양국정부 사이에는 긴장이 계속 흐르고 있지만 우리는 상관없잖아요? 그래서 산불 피해돕기 모금이라도 할까 합니다. 화재가 난 강원도 지역은 ‘겨울연가’ 때문에 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가는 곳이잖아요?”
서울에 사는 일본 주부 아야마마는 강원도 양양 화재가 난 다음날인 6일 자신의 블로그(ayamamade.exblog.jp)에 강원도 산불과 관련한 ‘긴급 제안’을 올렸다. 그는 “한국의 절이나 오랜 역사가 있는 건물은 대부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한국 출병(침략)에 의해 피해를 받고, 일제시대 때 피해를 입었다”며 “애석해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자”고 제안했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그의 글을 본 일본 네티즌 20여명이 잇따라 ‘인터넷 사이트를 꾸리자’ ‘계좌를 개설하자’는 호응했다. 논의 끝에 불과 이틀만인 8일 인터넷에 ‘한국산불모금위원회(bokin.exblog.jp)’가 문을 열었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5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모금 전용 계좌를 개설했다. 또 산불과 관련한 한국과 일본의 신문기사를 번역·소개하는 활동에 들어갔다.
이곳을 방문한 한 일본 네티즌은 “영토나 교과서등으로 다시 북풍이 불어오고 있는 요즘 적더라도 선의의 남풍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다. ‘한국산불모금위원회’는 5월 초까지 돈을 모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6s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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