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수발이 지쳤나…
하반신이 마비된 남편을 30년 이상 수발하던 부인이 남편의 자살을 도운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김아무개(58·수원시 장안구)씨는 지난달 29일 밤 10시20분께 자신의 집에서 남편 박아무개(63)씨가 “약을 먹었는데 죽지 않는다. 죽게 도와달라”고 하자, 남편의 목을 졸랐다.
김씨는 결혼한 지 3년 만인 1971년 남편이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일을 못하게 되자, 남편을 대신해 농사일과 포장마차, 건물 청소와 막노동 등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왔다. 김씨는 이런 가운데서도 3남매 모두 대학을 졸업시켰다. 이 가운데 아들은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95년 남편이 독극물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그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했고, 지난해 휠체어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최근에는 대소변까지 다른 사람이 받아내야 했다”며 “이 때문에 항상 ‘언제 죽나’ 하면서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도 청소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남편이 또다시 독극물을 마시고 ‘죽여 달라’고 애원해 순간적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김씨의 범행은 박씨의 주검이 안치된 병원 영안실 직원이 주검 목 부위의 상처를 의심해 경기 수원 중부경찰서에 신고해 드러났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숨진 원인이 독극물 복용에 이은 목 부위 질식사로 확인하고, 김씨를 조사해 범행을 자백받았다. 경찰은 11일 김씨에 대해 촉탁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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