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항리~태안화력 17㎞ 폭30m 기름띠 오염
충남 태안 앞바다에 검은 원유를 쏟아놓은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선체에 난 구멍 세 곳이 사고 발생 48시간여 만에 봉쇄됐으나, 1만여t의 원유 상당 부분이 만리포 등 인접 해안으로 밀려들었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9일 “태안군 해안으로 밀려든 유출 기름은 원북면 모항리에서 소원면 태안화력에 걸치는 구간을 10~30m 폭의 유막으로 오염시켰다”며 “태안군 150㎞ 해안선 가운데 모항리~태안화력 구간 17㎞가 검은 유막으로 뒤덮였다”고 밝혔다. 수습본부는 또 “위·아래 가로림만과 근소만 방향 20㎞ 구간으로도 기름이 퍼져나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해상에는 사고선으로부터 약 20㎞ 주변에 갈색의 얇은 유막이 퍼져 있으며, 이들 남은 기름이 어디로 확산될지가 오염 범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장훈 수습본부 상황실장은 “앞으로 2~3일 동안 계속 약한 북서풍이 분다는 기상예보가 있었다”며 “24시간 안에 남은 기름 대부분이 만리포·천리포 쪽으로 올라와 오염 지역이 크게 넓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8일 인근 여섯 시·군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일곱 선단으로 편성된 방제선박 89척과 군인·주민 등 6650명을 방제작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수습본부는 응급 방제 작업에만 두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1995년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는 석 달 만에야 응급 방제가 끝났고 이후로도 수년 동안 추가 작업이 이뤄졌다.
어업 등 주민 피해와 관련해서는 사고 이틀째인 8일까지 이원·근흥면 등 4개면 어장 2100ha와 해수욕장 6곳 221ha가 오염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수습본부는 피해 현장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방제 작업에 인력이 집중돼 당분간 정확한 피해액 추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태안군 인근에는 굴·바지락·해조류·가두리 양식장 등 445곳의 양식·마을 어장이 집중 분포돼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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