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펜스 무용지물...오염 범위 넓혀
가라앉은 기름덩이도 2차오염 우려
가라앉은 기름덩이도 2차오염 우려
충남 태안 앞바다에 쏟아진 검은 기름이 ‘국지적 오염’일 것이란 당국의 예상을 뒤엎고 날이 갈수록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애초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가 지난번 시프린스호 때보다 해안에서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 막대한 기름 유출량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유출 지점이 해안에서 거리가 떨어졌다는 특징은 되레 오염 지역의 동심원만 넓히고 있다. 특히 남북으로 흐르는 강한 조류까지 가세해 오염 확대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수습본부는 10일 “사고 선박 주변 20㎞에 걸쳐 기다랗게 형성됐던 기름막이 여러 덩어리로 쪼개져 남·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덩어리들이 조류를 타고 5~8㎞씩 밀려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오염 범위를 넓혀간다는 것이다.
조류는 밀물과 썰물 때 일어나는 바닷물의 흐름으로, 조류의 흐름이 세지면 오염 물질이 퍼져나가는 진폭도 커진다. 조류 흐름은 음력 ‘그믐’(12월9일)이 가까워 올수록 거세지는데, 음력으로 초이튿날(11일)에 최고조에 이른다. 지난 7일 사고 이후 나날이 조류의 흐름이 강하고 빨라지며 기름띠를 확산시켜온 셈이다.
아울러 기름 유출 사고는 48시간 안에 방제 활동이 이뤄져야 유출된 유류의 80~90%를 제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엎어진 물’처럼 시간이 흐르면 그만큼 방제가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고 시점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을 정도로 기상 상황이 나빴던 점은 50억원대의 예산이 투입된 최신형 방제선과 방제 장비가 초동 방제에서 제구실을 하는 것을 막았다. 특히 유조선 주변 해상 차단막(오일펜스)은 높은 파도에 사고 당일부터 무용지물이 됐다.
오염 확산 속도와 범위에 대한 당국의 안이한 판단도 사태를 키웠다. 수습본부는 흘러나온 기름 대부분이 천리포와 만리포 해안으로 상륙해 더는 번지지 않기를 기대했으나, 현실은 이와 달랐다. 기름띠는 바다 위로 얇게 번져가며 남진과 북진을 거듭하는 추세다.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기름 덩어리도 문제다. 이장훈 수습본부 상황실장은 “바다 위를 떠돌던 기름은 몇 주에 걸쳐 기름 표면이 굳어지고 탁구공이나 야구공 모양의 ‘오일볼’을 형성한다”며 “오일볼은 일단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솟아오르는데, 햇볕을 받아 터지면 2차 오염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런 오일볼은 뾰족한 방제 대책이 없어 조류 흐름을 타면 어떤 청정 해역에서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다.
해양경찰청 이봉길 해양오염관리국장은 “현재 해상과 해안에서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조류와 풍향, 풍속 등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어 유출된 기름이 어떻게 확산될지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해양경찰청 이봉길 해양오염관리국장은 “현재 해상과 해안에서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조류와 풍향, 풍속 등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어 유출된 기름이 어떻게 확산될지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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