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는 ‘삶아내면’ 복원 바위는 일일이 닦아내야
피해해안 70%가 암반 “줄잡아 10년은 걸릴것”
피해해안 70%가 암반 “줄잡아 10년은 걸릴것”
태안 해상 기름유출 사건으로 태안해안국립공원의 백사장과 갯벌 외에 공원의 주요 자원인 바위와 몽돌(자갈)도 기름에 뒤덮였다. 그러나 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애를 태우고 있다.
길이 230㎞의 리아스식 해안을 가진 태안반도는 금빛 모래, 생태 가치가 높은 드넓은 갯벌과 함께 바위와 암반, 몽돌 등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국내에서 하나뿐인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지난 7일 해상 기름유출로 이 가운데 만리포·학암포 등 10개의 해수욕장이 들어선 62㎞ 해안선이 검은 기름 폭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금빛 모래가 반짝이는 백사장 17㎞, 넓이로는 2.8㎢가 오염됐다. 이 면적은 서울 여의도 크기에 버금간다.
오염된 모래는 이른바 ‘삶아내면’ 옛날의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국립공원관리공단 쪽의 설명이다. 삶아낸다는 것은 기름의 점성을 제거할 수 있는 화학첨가물을 섞어 뜨거운 물로 끓여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사건에서 일부 이를 활용한 바 있다.
그러나 피해 해안선 가운데 70%가 넘는 바위·암반 지역(길이 45㎞·넓이 8㎢)에 묻은 기름 제거는 모래 세척과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어 일일이 손으로 닦아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리공단의 고민이다. 여기에 공원 안 섬 68개 가운데 직접 기름 피해를 입은 14개 섬(둘레 약 30㎞)의 암반도 잘 닦아내야 2차 오염을 줄일 수 있다.
국립공원 태안해안사무소 구본수씨는 “선박이나 예산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암반 세척에는 다른 장비를 동원할 수 없어 일일이 사람이 투입돼야 한다”며 “기름이 없는 해안공원으로 만들려면 줄잡아 10년은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해안국립공원의 암반에 묻은 기름을 제거하는 것은 국립공원의 자연을 되찾는 의미도 있지만 해양식물의 서식을 돕기 위한 조처이기도 하다.
태안해안사무소 생태담당 노형수씨는 “태안군 남면 청포대해수욕장에 전통 어로방법인 ‘독살’을 조성하고 생태계 변화를 관찰했더니 암반에 해양 동식물이 정착해 사는 데 1년 반이 걸렸다”며 “암반에서 기름을 제거하고 동식물이 서식하려면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태안/손규성 기자 sks219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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