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의 유해성분 / 인체·환경 피해 경로 / 해안 방제 인력 투입 현황
마스크 끼고 악취속 기름제거
원유에 발암물질·중금속 포함
방독마스크 등 보호장비 필수
원유에 발암물질·중금속 포함
방독마스크 등 보호장비 필수
“기름 냄새가 얼마나 고약한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머리가 아파.”
11일 충남 태안군 신두리 바닷가에서 만난 주민 김정순(63)씨는 유출된 기름 제거 작업을 하면서 이틀째 두통약을 먹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원봉사 학생들도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라”며 “마스크를 써도 머리가 아픈데, 아예 여기서 못 살게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만리포 한림대 무료의료봉사센터에는 이날 오전 11시 문을 열자마자 두통약을 찾는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이었고, 3시간 만에 80여명이 약을 타갔다.
태안 앞바다 기름 제거 작업에 나선 이들이 두통과 구토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해양경찰청 집계를 보면, 방제 작업에 나선 인원은 주민 5731명, 자원봉사자 2438명 등 민간인 8천여명을 포함해 1만4492명에 이른다. 이들은 악취 속에서 기름 구덩이에 빠져가며 작업하고 있지만, 안전 장비는 마스크와 비옷, 고무장갑, 목장갑 등으로 허술한 실정이다.
원유의 유해 성분은 공기 속으로 휘발돼 호흡기로 들어오는데다, 피부 접촉으로도 흡수될 수 있어 건강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해양연구원 등의 전문가들은 피해에 대한 역학 조사에 나선 상태다. 원유에는 발암 물질은 물론, 중금속 등 유해 성분이 다량 들어 있다.
주로 휘발되는 성분은 벤젠·톨루엔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담배 연기에서 검출되는 벤조피렌이다. 이들은 모두 발암 물질이다.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오염방제연구사업단 이문진 책임연구원은 “유출 원유의 30% 이상이 휘발될 수 있다”며 “방제 차원에서는 많이 휘발될수록 좋지만 대기오염 우려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양환경위해성연구사업단의 임운혁 선임연구원은 “유해 물질은 대기·바다 속으로 녹아들 수 있고 해안에 흡착되거나 바다로 가라앉아 환경과 생태계, 인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발암 물질과 중금속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주영수 한림의대 산업의학과 과장은 “스페인 원유 유출 사고를 조사한 연구 논문을 보면, 자원봉사자나 어민 등에게서 단기적으로는 두통, 눈의 가려움증, 어지럼증, 구역질, 호흡기계 자극 증상 등이 나타났다”며 “지금처럼 제대로 된 보호 장구 없이 작업하다가는 장기적으로 발암 가능성도 높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방독 마스크, 고글, 안면 가리개, 비투과성 장갑과 신발덮개 등 전문 보호장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김양중, 태안/이완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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