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호남고속도로 하행선 전남 장성 백양사 휴게소 부근 박상교 밑에서 발견된, 강화도에서 탈취된 총기류를 전남 장성경찰서에서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장성/연합뉴스
‘군이 진실 숨겨’ ‘장병 근무수칙 안지켜’ 등 발언…전문가 “과대망상 증세”
경찰에 붙잡힌 강화도 총기탈취 사건의 용의자 조아무개(35)씨의 총기탈취 목적과 동기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조씨가 이 부분에 대해 아직 입을 열지 않는데다, 붙잡히기 전 경찰에 보낸 편지에서도 특별한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 동안 일어난 총기탈취 사건의 범인들은 모두 은행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려 총기를 탈취했다. 2002년 2월25일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총기를 탈취한 유아무개씨 등 네 명은 같은 해 3월9일 당시 한빛은행을 털다 경찰에 붙잡혔다. 또 2005년 7월17일 동해 해안초소에서 총기를 탈취한 박아무개씨 등 세 명도 사업 실패 뒤 은행강도를 모의하다 사건 발생 19일 만에 검거됐다.
이 밖에 예비역 중사인 정아무개씨 등 두 명은 같은 해 12월8일 강원도 고성지역에서 총기를 탈취해 은행을 털려다, 총기 탈취 지점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을 단서로 추적한 경찰에 2006년 1월5일 붙잡혔다.
그러나 조씨의 경우, 편지 내용만으로 볼 때는 범행 목적이 불분명하다. 애초 병사들을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대신 조씨는 편지를 통해 자신에 대한 수사를 비공개로 공정하게 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범행 당시 상황과 증거인멸 등을 상세히 적어 수사기관에 보내는 등 이례적인 행동을 보였다. 게다가 그는 ‘군이 진실을 숨기고 있다’, ‘장병들이 근무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해, 마치 ‘이유를 밝히지 않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듯한 모습만 내비쳤다.
더욱이 편지에는 “우리의 선배들이 이를 민주주의 정신을 군의 민간범죄 참여로 삼권분립의 의미를 무색케 했으며, 어느 누구도 이를 중요시하지 않은 것에도 가슴 아픈 현실 한국식 민주주의가 또다시 518광주사태와 같은 일 또다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 따위의 횡설수설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조씨의 편지 내용만을 보면, 은행강도 등을 목적으로 총기를 탈취한 것 같지는 않다. 글 앞뒤 문맥도 안 맞고, 사고력 장애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며 “합리적인 사람들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행동이라기보다는 과대망상 증세가 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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