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린스 사고 뒤처리의 추한 기억
“이번엔 비리 없어야”
“이번엔 비리 없어야”
전남 여수 앞바다를 검게 물들인 1995년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 뒤편에는 기름덩어리 만큼이나 시커먼 잇속 챙기기가 횡행했다. 흘러나온 벙커시유 제거에 나선 방제업체는 동원된 인원과 선박 수를 부풀려 방제비 타내기에 바빴다. 또 해경 고위 간부와 국회의원은 사고 회사의 뒷배를 봐주고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현장의 하위직 공무원들은 방제 기자재 납품과 관련해 금품과 향응을 챙겼다.
당시 원유와 벙커시유 5035㎘를 제거하는 데 든 방제비는 224억원이었다. 흡착재·유처리제 같은 기자재 비용은 물론, 해안에 달라붙은 기름을 긁어내는 방제 인력에 지급된 일당까지 모두 합친 금액이다.
방제업체 ㈜여광항운은 동원된 인력과 선박 수를 크게 부풀려 1억5천만원을 챙겼다가 업체 대표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또 해경 직원 2명은 방제용 자재 납품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사고를 낸 호유해운은 당시 수사를 맡았던 여수 해경 책임자와 지역 국회의원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을 뿌렸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김득수 해양경찰서장과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의 신순범 의원(여천)이 시프린스호 사고 수습과 관련해 각각 3천만원과 1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996년 2월 관련자 24명을 무더기로 기소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의 한 간부는 “당시 방제 작업이 장기화하면서 인부들이 종일 바위 두세 개 정도만 닦아내고 일당을 챙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며 “태안에서 재난이 반복됐지만, 어민들의 불행을 틈탄 부조리마저 거듭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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