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안철상)는 경주현(68) 전 삼성종합화학 회장의 아내와 처남, 장모 등이 서초세무서 등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부과한 증여세 102억 중 아내에게 부과한 43억원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1976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삼성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지낸 경씨는 1978년부터 모두 160억여원 어치에 이르는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주식을 처가 쪽 가족들의 이름으로 관리해왔다. 이에 서울 서초세무서와 송파세무서 등은 조세회피 목적으로 주식 명의신탁이 이뤄졌다고 보고 이를 증여로 간주해 2005년 8월 이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
경씨는 재판 과정에서 “내 명의로 주식을 소유할 경우 주식 과다 보유 사실이 알려져 기존 대주주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 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씨가 아내에게 증여한 재산은 3개월 안에 반환돼 옛 증여세법에서 규정한 증여세 부과대상이 아니고 당시엔 배우자합산과세제도가 시행돼 조세회피 목적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장모 등에게 부과한 증여세에 대해서는 “경씨의 재산을 관리할 목적으로 명의신탁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조세회피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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