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법원, 민사책임 외에 형사책임도 인정
`한국판 냅스터'로 불리는 음악파일 공유 프로그램 `소리바다'의 운영자들에 대해 음악 파일의 불법적인 복제ㆍ배포로 인한 형사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항소심은 운영자들이 네티즌 사이에 소리바다를 통한 `음악파일 불법복제' 행위가 이뤄지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고의성이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일부 네티즌의 불법행위는 피고인들이 예견할 수 있었고 그런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에는 미필적인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14일 P2P(개인 대 개인) 방식 음악파일 교환 프로그램인 `소리바다'를 운영해 음반사들의 복제권 및 배포권을 침해하고 네티즌들이 저작권을 침해하도록 방조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기소된 양정환ㆍ양일환씨 형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판단한 혐의는 소리바다 이용자인 조모씨 등 3명이 대량의 음악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컴퓨터에 저장한 뒤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한 행위가 가능하도록 피고인들이 방조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P2P 프로그램을 이용한 음악파일 공유행위는 대부분 정당한 허락 없는 음악파일 복제라는 결과에 이르게 됨을 예견하면서도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소리바다 프로그램을 널리 제공해 사용자들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들은 적어도 미필적인 고의를 갖고 소리바다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서버를 운영해 조씨 등의 복제권 침해를 용이하게 해 준 것"이라며 "그럼에도 복제권 침해 방조에 대해서까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양씨 형제는 2000년 5월부터 소리바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들이 서버를 이용해 저작권 사용 대가를 치르지 않은 MP3 음악파일을 교환할 수 있도록 매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항소심은 "음반사들로부터 구체적인 침해 행위를 통지받아 알게 됐을 경우에만 피고인들에게 저작권 침해를 방지할 의무가 생긴다"며 "피해자들이 저작권 침해를 구체적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들에게는 저작권 침해를 방지할 의무가 없고 따라서 방조의 책임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었다.
임주영 기자 zo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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