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극우 동조현상은 일제잔재 청산 못한 탓”
“독도와 교과서 문제가 본질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과거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고, 집권세력의 뿌리가 전범세력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임시정부 수립 86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 태평로1가 임시정부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자동(77) 회장은 일본 극우세력의 본질을 꿰뚫어 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이 “독일과는 달리, 전쟁 책임이 명백한 일본 왕이 처벌받지 않고, 전범과 그 후예들이 지배세력이 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또 최근 국내 일부 인사들이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는 현상도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제 잔재가 청산되지 못했기 때문이며, 그들과 그 후예들의 인맥과 재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일제 찬양행위 처벌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일부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도 제기할 수 있겠지만,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비슷한 입법을 했다”며 “심지어 러시아에서도 나치를 찬양하는 세력이 있지만, 이런 세력들이 주류로 등장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제도적 장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9월 발족한 기념 사업회를 통해 임시정부 재조명과 기념사업을 진행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가장 중요한 사업은 평양 애국열사릉 등에 안치된 임정 요인들에 대한 남쪽 가족들의 참배를 추진하는 것이다. 참배 대상 12명에는 그의 아버지 김의한 선생도 포함돼 있다. 또 대학생들의 임정 유적 탐방도 계획하고 있고, 임정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자료 발굴을 위해 연구조직을 만드는 방안도 짜고 있다.
그는 지난주 중국 베이징에서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인 김산과 김찬의 아들들을 만나고 왔다.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의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 추서 사실을 알렸으며, 중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이들은 “한국 정부에서 아버지의 공적을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조선민족대동단 총재와 임정 상임고문을 지낸 김가진 선생의 손자이자 임정 요인인 김의한 선생의 아들인 김 회장은 1928년 상하이에서 태어나 일제의 탄압을 피해 이동했던 임시정부를 따라다니면서 성장기를 보냈다. 4·19혁명 직후 창간된 진보적 일간지 <민족일보> 기자로도 일했던 그는 박정희 정권의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 처형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민족일보사건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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