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부가 쌀 협상 과정에서 사과와 배 등 과일 4종의 수입을 완화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 12일 오후, 경기도 평택 죽백동 우정농장에서 우안제(42)씨가 일하던 배밭에서 잠시 쉬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평택/김정효 기자
수입쌀 9월부터 식탁에…중국산 과일도 수입 “쌀에 이어 중국산 사과, 배까지 개방하면 농민들은 죽으란 말이냐!” 정부는 12일 쌀 관세화 추가 연장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이행계획서 수정안 공식 인증 결과를 공개했다. 수정안의 핵심은 쌀 관세화 유예를 10년 추가 연장하는 대신 올해 4%(20만5천t)인 쌀 의무수입 물량을 매년 일정하게 늘려 2014년에는 기준연도(1988~90년) 국내 평균 쌀 소비량의 7.96%(40만8700t)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무난했다. 그러나 수정안과 함께 맺은 중국과의 양자 부가합의 사항이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중국과 기존의 양벚(체리) 외에 사과와 배, 열대과일인 롱간과 여지(리찌) 등 4종의 과일에 대해 식물검역 수입위험평가 절차를 신속하게 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쪽은 양자 협상 과정에서 쌀 관세 유예에 합의해 주는 대가로 4종의 과일에 대한 검역 절차를 신속하게 하도록 압력을 가해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은 이날 수정안 발표 때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뒤늦게 확인됐다.
쌀 관세화 10년유예 이행안 WTO 통과
국회비준땐 중국산 사과등 4종 ‘우르르’
정부 “검역강화” 에도 과수원 농심 팍팍 이미 3단계 검역에 들어간 중국산 양벚과 열대과일은 국내에서 생산이 안 돼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각각 국내 과실 생산량의 14.8%와 18.7%를 차지하는 사과, 배는 사정이 다르다. 빨라진 검역절차를 타고 밀려들 중국산 사과와 배가 국내 시장을 유린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과 풍토가 비슷하고 거리가 가깝다. 노동력도 싸다. 그만큼 싱싱하고 맛이 비슷한 중국산 사과와 배가 싸게 들어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재길 통상교섭본부 도하개발의제(DDA) 협상 담당 대사(정부 대표)는 “이번 조처로 검역 기간이 다소 단축될 수는 있겠지만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기준을 완화한 것이 아니어서 국내 과수시장에 끼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농림부의 관계자도 “과일마다 8단계의 엄격한 검역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며 “짧게는 3년, 중장기적으로는 5년 혹은 10년이 걸려 당장 ‘발등의 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중국산 사과에 ‘지중해 파리’ 등 곤충과 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적발되면 수입금지 등 철저한 검역 단속을 펼 것”이라고 다짐했다. “도하개발의제 협상을 감안할 경우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정부가 운영의 묘를 통해 최대한 농민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신속한 검역이라는 중국의 요구를 받은 것은 사실상 수입 장벽을 제거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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