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문제아들의 ‘짱’ 욕쟁이 미용사 장석자씨
시흥 문제아들의 ‘짱’ 욕쟁이 미용사 장석자씨
‘뒈질놈’ 입에 달고 살지만, 11년째 둥지 만들어줘
“이모가 머리깎다 방귀뀌면 그보다 재밌는일 없어” 경기 시흥시 신천2동에서 미용실 ‘153헤어짱’을 운영하는 장석자(49)씨는 ‘욕쟁이’ 미용사다. ‘뒈질 놈’ 정도는 그가 입에 달고 다니는 욕 중에선 가장 순한 편이다. 지난 21일 오후 4시, 평일임에도 미용의자 세개가 비좁게 놓인 미용실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 대여섯명이 들어서 있다. 머리를 감는 아이부터 만화책에 파묻혀 있는 아이까지 제각각이다. 아예 라면만 끓여먹고 나서는 아이도 있다. 벽에는 아이들이 붙여놓은 메모지와 낙서가 가득하다. 장씨는 “단골 고객은 주로 ‘문제아들’”이라며 “편하게 줄여서 ‘아들’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장씨를 ‘이모’라고 부른다. 인천에서 머리를 깎으러 왔다는 김아무개(17)군은 “복지관은 재미없고, 영화관은 돈들고, 이모가 머리 깎다가 방귀를 뀌면 그보다 재미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군에게 이곳을 소개시켜줬다는 박아무개(16)군은 “벌로 봉사활동 갔다가 이모가 욕하면서 공부방 아이들 머리를 깎아주는 것을 보고 하도 험하게 욕을 해서 이모도 죄짓고 봉사활동 하러 온 줄 알았다”며 “‘아줌마는 무슨 죄를 지었냐’며 말을 튼 게 인연이 돼 2년째 단골”이라고 말했다. 박군이 장씨를 만났다는 경기 시흥의 ‘작은자리’ 복지관에서 장씨는 10년째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오후 5시께 “어머니” 하고 들어서는 박상렬(24·직업군인)씨도 헤어짱 식구다. 10년 전 중학교 3학년 때 전남 여수에서 시흥으로 전학 온 뒤 새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다 공짜로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가 단골이 됐다. 박씨는 “배가 고파 학교도 안 가고 거의 매일 왔다”며 “배가 고파서라기보다는 미용실에 들어설 때마다 ‘아들’ 하고 부르며 꼭 안아주는 아줌마 품이 엄마 품 같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올 때마다 학교는 무조건 졸업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욕을 실컷 먹었는데, 결국은 헤어짱 엄마 덕분에 군인이 될 수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3년 전 뇌종양 판정을 받고 치료를 위해 주말에 외박을 나올 때도 늘 미용실에 들렀다. “엄마 품에서 용기를 얻어 병이 나았다”는 박씨의 말에 장씨는 “너 때문에 내 기운 다 뺏겼다”고 받아친다. 장씨의 내년 소원은 하교시간이나 방학만 되면 학생들로 비좁은 미용실을 좀 더 큰 공간으로 옮기는 것이다. 장씨는 “3층짜리 조그만 상가 건물을 세 얻어 1층은 미용실로 쓰고, 2층에는 노래방이나 만화방을 차려 학생들 놀게 하고, 3층에는 집 나온 애들이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아들 몇몇이 가출해 게임방에서 죽치고 있는 것을 잡아왔지만 어찌 할 바를 몰라 발을 구르던 게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장씨는 “아이들은 조금 엇나가더라도 쫓아내지 않고 옆에 두고 지켜봐주면 나이를 먹으면서 철이 든다”며 “수십명이 나 때문에 속차렸다고 단골이 돼 찾아오지만 나는 그저 그들이 잠시 쉴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뒈질놈’ 입에 달고 살지만, 11년째 둥지 만들어줘
“이모가 머리깎다 방귀뀌면 그보다 재밌는일 없어” 경기 시흥시 신천2동에서 미용실 ‘153헤어짱’을 운영하는 장석자(49)씨는 ‘욕쟁이’ 미용사다. ‘뒈질 놈’ 정도는 그가 입에 달고 다니는 욕 중에선 가장 순한 편이다. 지난 21일 오후 4시, 평일임에도 미용의자 세개가 비좁게 놓인 미용실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 대여섯명이 들어서 있다. 머리를 감는 아이부터 만화책에 파묻혀 있는 아이까지 제각각이다. 아예 라면만 끓여먹고 나서는 아이도 있다. 벽에는 아이들이 붙여놓은 메모지와 낙서가 가득하다. 장씨는 “단골 고객은 주로 ‘문제아들’”이라며 “편하게 줄여서 ‘아들’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장씨를 ‘이모’라고 부른다. 인천에서 머리를 깎으러 왔다는 김아무개(17)군은 “복지관은 재미없고, 영화관은 돈들고, 이모가 머리 깎다가 방귀를 뀌면 그보다 재미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군에게 이곳을 소개시켜줬다는 박아무개(16)군은 “벌로 봉사활동 갔다가 이모가 욕하면서 공부방 아이들 머리를 깎아주는 것을 보고 하도 험하게 욕을 해서 이모도 죄짓고 봉사활동 하러 온 줄 알았다”며 “‘아줌마는 무슨 죄를 지었냐’며 말을 튼 게 인연이 돼 2년째 단골”이라고 말했다. 박군이 장씨를 만났다는 경기 시흥의 ‘작은자리’ 복지관에서 장씨는 10년째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오후 5시께 “어머니” 하고 들어서는 박상렬(24·직업군인)씨도 헤어짱 식구다. 10년 전 중학교 3학년 때 전남 여수에서 시흥으로 전학 온 뒤 새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다 공짜로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가 단골이 됐다. 박씨는 “배가 고파 학교도 안 가고 거의 매일 왔다”며 “배가 고파서라기보다는 미용실에 들어설 때마다 ‘아들’ 하고 부르며 꼭 안아주는 아줌마 품이 엄마 품 같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올 때마다 학교는 무조건 졸업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욕을 실컷 먹었는데, 결국은 헤어짱 엄마 덕분에 군인이 될 수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3년 전 뇌종양 판정을 받고 치료를 위해 주말에 외박을 나올 때도 늘 미용실에 들렀다. “엄마 품에서 용기를 얻어 병이 나았다”는 박씨의 말에 장씨는 “너 때문에 내 기운 다 뺏겼다”고 받아친다. 장씨의 내년 소원은 하교시간이나 방학만 되면 학생들로 비좁은 미용실을 좀 더 큰 공간으로 옮기는 것이다. 장씨는 “3층짜리 조그만 상가 건물을 세 얻어 1층은 미용실로 쓰고, 2층에는 노래방이나 만화방을 차려 학생들 놀게 하고, 3층에는 집 나온 애들이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아들 몇몇이 가출해 게임방에서 죽치고 있는 것을 잡아왔지만 어찌 할 바를 몰라 발을 구르던 게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장씨는 “아이들은 조금 엇나가더라도 쫓아내지 않고 옆에 두고 지켜봐주면 나이를 먹으면서 철이 든다”며 “수십명이 나 때문에 속차렸다고 단골이 돼 찾아오지만 나는 그저 그들이 잠시 쉴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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