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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가난·자살시도 견뎌냈듯 좌절않고 7전8기”

등록 2007-12-30 19:27수정 2008-01-01 23:34

사무관 승진한 ‘50대 초졸’ 검찰 수사관

정병산(55·사진) 수원지검 성남지청 수사관에게 낙방은 더 이상 시련이 아니다. 정 수사관은 2000년부터 사무관 시험에 도전해 지난해까지 7번 떨어졌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는 악조건을 헤치고 자신의 꿈을 이뤘다.

“남들에겐 평범한 일이지만 저한테는 둘도 없이 벅찬 기쁨입니다.” 7전8기 끝에 지난 달 사무관 승진시험에 합격한 정 수사관은 혹독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52년 전남 승주에서 태어난 정 수사관은 우수한 성적으로 중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지만 지독하게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도 못하고 자퇴를 해야했다.

성남지청 정병산씨, 악조건 속 8년만에 5급 승급
무작정 상경 뒤 이발소일하며 9급 합격 30년만에

다행히 선생님의 배려로 졸업장을 받은 그는 학업에 대한 미련을 남겨둔 채 그때부터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땔감을 팔아 번 돈을 살림살이에 보태고, 밤늦게까지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이웃마을 이발소에 취직했다. 공부에 대한 떨칠 수 없는 미련은 결국 그를 서울로 이끌었다. 초등학교 최우수 졸업상으로 받은 국어사전과 옥편을 챙겨들고 무작정 서울로 온 그는 한 이발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손님 머리를 감겨주는 일을 하게 된다. 동시에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피나는 노력에도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라 영어는 전혀 몰랐다. 낙방은 계속됐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다녀간 날 밤. 그는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효도 한번만 하고 세상과 하직하자’며 부모님 남산 구경 시켜드렸죠. 그리곤 그냥 세상을 뜨고 싶었어요.” 하지만 억센 운명은 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는 듯 했다.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한번 더 죽기살기로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새로 태어난 그는 1978년 26살의 나이에 감격스럽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첫 출근날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다시 이발소에서 머리를 감겨주는 꿈을 꾸기도 했으니까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정 수사관은 승진 자격을 갖춘 2000년부터 사무관 시험에 도전했다. 업무 여건상 평일엔 짬을 내기가 어려워 쉬는 날엔 빠짐없이 사무실로 나와 책과 씨름했다.

시련이 클수록 그걸 이겨낸 열매는 더욱 소중한 법이다. 그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시절과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고독했던 청소년기를 이겨냈기에 7번의 낙방도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악조건 속에서 승진 준비를 해야하는 후배들에게 좀 더 유리한 인사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박현철 기자, 연합뉴스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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