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사고로 아들과 며느리 등 일가친척 7명을 잃은 재중동포 강태순씨가 8일 오후 이천시민회관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국화를 든 채 통곡하고 있다. 이천/연합뉴스
시행·시공·감리 사실상 한 회사서…허가 적법성 조사
화재로 노동자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이천시 호법면 ‘코리아2000’ 냉동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는 안전을 총괄하는 책임자도 없이 공사가 강행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불이 난 건물은 시행사·시공사는 물론 감리회사까지 사실상 같은 회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참사 현장의 냉동설비공사는 하도급으로 이뤄졌는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는 하도급을 주는 공사의 경우 공사비가 20억원 이상일 때 공사장 안전을 총괄하는 ‘안전보건 총괄책임자’를 뽑아 노동부에 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경인지방노동청 성남지청은 “불이 난 공사장은 공사비가 24억원이 넘는 규모임에도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공사장은 각종 위험물질을 취급하면서도 노동청의 관리·감독을 전혀 받지 않았다.
또 지난해 6월29일 건축허가가 난 이 건물의 건축주인 ‘코리아냉동’ 대표 공봉애(47·여)씨가 이 건물을 지은 시공사 ‘코리아2000’의 대표도 맡고 있으며, 건물 공사의 감리업체 또한 코리아2000의 계열사인 ‘코리아2000 건축사무소’인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 허가부터 시공·감리까지 모두 한 회사가 맡았던 것이다.
불이 난 냉동창고는 지난해에도 한 차례 화재 사고를 겪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16일 오후 2시28분께 건물벽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출동했으나, 불은 80㎡를 태우고 스스로 꺼졌다. 화재 발생 사흘 뒤 이 건물은 소방시설 완공검사를 받았다.
한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발견된 주검 40구 가운데 35구가 기계실 주변에서 발견됐다”며 “화재 당시 기계실 안에서는 냉동창고 배관과 천장 배선, 보온 마감재 처리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기계실과 작업실 사이 통로에는 용접기 넉 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불이 난 건물의 허가와 사용승인 등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화재 참사로 숨진 40명 가운데 이날 저녁까지 신원이 확인된 노동자는 △김용민(33) △이을순(55·여) △김준수(32) △강재용(66) △김용해(28·재중동포) △이용호(44) △지재헌(46) △최승복(53) △윤석원(43) △조동명(44·재중동포) △김태규(30) △이준호(41) △김우익(50) △우영길(39) △윤옥주(56·여) △윤종호(32)씨 등 모두 16명이라고 밝혔다. 이천/김기성 김소연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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